유럽 여행

42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늘푸르른나 2011. 6. 7. 17:27

처음에는 조금 길게만 느껴졌던 42일(6주)의 유럽 여행.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오히려 짧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끝나갈 즈음에는 한국에 돌아오기 싫어졌다. 한 달간의 힘겨운 준비 기간에는 '이렇게 고생하면서까지 가야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고 그냥 여행사의 호텔팩이나 단체 배낭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많았었다.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나서는 내가 모든 것을 정해서 하기를 정말 잘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처음 유럽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여행사의 호텔팩이나 단체 배낭 여행 상품을 먼저 알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이나 숙소를 잡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상품들은 너무 대도시 위주로 일정이 잡혀 있었고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도시를 방문하려다 보니 각각의 도시를 제대로 둘러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기왕 가는 건데 제대로 둘러봐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내 생각이었기 때문에 직접 모든 것을 준비해서 혼자 떠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유럽 여행 준비를 위해 우선 책부터 장만하였다.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자신만만 세계여행' 시리즈를 구입했는데 3권으로 분책되어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맘에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구입할 때는 내용이 다른 책들에 비해서 좋은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으나 나중에 실제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 정확하고 책만 보고도 찾아 다니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내용이 충실하다는 것이었다.

 

책을 정독하고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세웠다. 나는 영국, 독일, 체코,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의 6개국을 선택했는데 한 나라별로 일주일의 시간을 할애하여 충분히 둘러보기 위한 결정이었다. 국가간, 도시간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전체 일정을 세워야 했기 때문에 각 도시간 열차편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는데 그런 면에서 삼성출판사의 책은 탁월한 정보를 제공했다. 야간 열차 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요일을 주로 국가간 이동에 사용한다는 큰 기준에 따라 작성한 42일(6주)간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국가

도시

숙박 일수

숙박 일자

특별 일정

숙소

대한항공(KE 907) Seoul(Incheon) 4 10() 13:15 - London(Heathrow) 4 10() 17:15

 

영국

런던

4

4.10 ~ 4.13

옥스퍼드

퀸스민박

기차(1~2/1시간) : 5시간

 

에든버러

2

4.14 ~ 4.15

하이랜드 투어(인버네스, 네스호)

Cairn Hotel

기차(1~2/1시간) : 5시간

 

런던

1

4.16

 

County Hotel

4.17() 런던-브뤼셀 : 유로스타(9/1) : 2시간 20(8:57->12:26) & 브뤼셀-쾰른 : ICE(3/1) : 1시간 50(14:25->16:15)

 

독일

쾰른

1

4.17

 

Hotel Domblick

기차(수시) : 1시간 30

 

코블렌츠

0

 

 

 

KD 라인 관광선(상행) : 5시간 15

 

뤼데스하임

0

 

 

 

기차(1/2시간) : 1시간 25

 

프랑크푸르트

1

4.18

 

Hotel Continental Frankfurt

유로파버스 : 1시간 45 (또는 렌터카)

 

뷔르츠부르크

0

 

 

 

유로파버스 : 2시간 (또는 렌터카)

 

로텐부르크

1

4.19

 

Gasthof Butz

유로파버스 : 7시간 (또는 렌터카)

 

퓌센

1

4.20

슈반가우

Hotel Fantasia

유로파버스 : 2시간 50분 또는 기차(1/2시간) : 2시간 (또는 렌터카)

 

뮌헨

2

4.21 ~ 4.22

 

Achterbahn Hotel

4.23() 뮌헨-프라하 : 기차(2/1) : 6시간

 

체코

프라하

4

4.23 ~ 4.26

체스키 크룸로프

오프라하

4.27() 프라하- : 기차(6/1) : 5시간 & -베네치아 : 야간열차(1/1, 출발 20:40) : 12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1

4.28

 

이태리타올

기차(1/1시간) : 4시간 30

 

로마

4

4.29 ~ 5.2

바티칸

아모레

기차(1/30) : 2시간

 

나폴리

3

5.3 ~ 5.5

폼페이, 소렌토(사철이용) / 포지타노, 아말피(SITA이용)

곤도라

기차 : 3시간 20

 

피렌체

2

5.6 ~ 5.7

친퀘테레, 피사

Albergo Duilio Hotel

5.8() 피렌체-밀라노 : 기차 : 2시간 10 & 밀라노-루체른 : 기차 : 4시간

 

스위스

루체른

2

5.8 ~ 5.9

필라투스

Hotel Alpha

기차 : 2시간

 

인터라켄

3

5.10 ~ 5.12

융프라우요흐, 실트호른

Hotel Rugenpark B&B

기차 : 2시간 10

 

로잔

1

5.13

몽트뢰

Ibis Lausanne Centre

5.14() 로잔-제네바 : 기차 : 50 & 제네바-아비뇽 : 3시간

 

프랑스

아비뇽

0

 

 

 

기차(1/1시간) : 20

 

아를

1

5.14

 

Hotel des Acacias

기차(직행 1/1, 경유 8/1) : 5시간

 

니스

1

5.15

모나코

Hotel Azurea

기차(6/1) : 5시간 40

 

파리

4

5.16 ~ 5.19

 

카푸치노

대한항공(KE 902) Paris(Charles De Gaulle) 5 20() 21:00 - Seoul(Incheon) 5 21() 14:50

 

 

장기간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사실 비용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숙소였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편안한 잠자리를 선호하는 터라 모든 숙소를 호텔로 하고 싶었으나 런던, 프라하, 로마, 파리 등의 유명 관광지는 최소 15만원 이상의 호텔밖에 없어서 차마 호텔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호텔과 한인민박을 섞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호텔비가 비싼 도시의 경우에는 한인민박을, 대략 10만원 미만의 호텔이 이용 가능한 도시에서는 호텔을 예약하였더니 상기와 같이 한인민박 20박, 호텔 19박, 야간 열차 1박, 기내 1박의 41박 42일 일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처음에 계획했던 상기의 일정을 별 무리없이 모두 소화했으니 유럽에 가 본 적이 없는 초짜가 만든 계획치고는 비교적 잘 만들었던 계획이었던 것 같다. 특히, 30일짜리 유레일 글로벌 패스를 200%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이보다 더 최적화된 일정이 나올까 싶기까지 하다. 4월 17일 처음 유레일 패스를 개시해서 30일째 되는 5월 16일까지 열차를 거의 매일 이용하다시피 했으니 정말 유레일 패스를 알차게 활용했던 것 같다.

 

유레일 패스는 정상가의 24% 할인된 가격인 639유로(약 105만원)에 구입했는데 구입할 때는 굉장히 비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실제로 사용을 하고 난 후에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이용했던 모든 열차의 정상 티켓 값을 모두 합산하면 최소 200만원 이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유레일 패스로 유람선까지 공짜로 탈 수 있었다.

 

유레일 패스의 Journeys Details에 적어 놓은 것을 보면 2페이지가 거의 다 찰 정도로 참 많이도 열차를 타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평생 탔던 열차보다 6주간의 유럽 여행에서 탔던 열차가 월등히 많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는데 적응이 되고 나니 나중에는 시내버스 타고 다니듯이 편하게 열차를 타고 다녔다. 특히, 독일과 스위스의 열차는 시간의 정확성은 물론이고 안락함까지 최고였다. 

 

런던에서 시작하여 파리까지 42일간 열차로 이동한 도시들을 지도 상에 표시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총 이동 거리가 8945Km나 되었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Km이니까 서울과 부산을 거의 11번이나 왕복한 셈이다. 이렇게 열차로 모든 나라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유럽 여행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는 열차만을 이용하여 유럽을 둘러봤으니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직접 차를 몰고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처음에 계획했던 일정대로 100% 움직였던 것은 아니어서 현지에서 약간의 수정이 있기도 했다.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하루 만에 모든 것을 다 둘러보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플젠을 당일치기로 다녀왔고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는 예약했던 3박 중에 1박을 취소하고 아말피 해안의 포지타노 호텔에서 1박하기도 하였는데 플젠에서 마셨던 필스너 우르켈 맥주와 포지타노에서 맞은 아침은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42일간의 유럽 여행을 하는 데 총 693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 중에 현금 사용액은 210만원 정도였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현금은 국내에서 인터넷 환전 신청을 통해 약 100만원 정도만 3개국 통화(유로, 파운드, 스위스프랑)로 준비했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국제체크카드를 사용하여 인출했다. 출발하기 전에 대략 700~800만원 정도의 금액이 들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예상보다 적게 나와 조금 놀랍기도 했다. 물론,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 비용(약 100~150만원)이 들지 않았다는 메리트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여행을 마친 것 같아 뿌듯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막연하게 꿈꿔 왔던 세계 일주의 꿈도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항   목  금   액
 숙박비  2,385,193
 교통비  2,273,607
 관광비  902,232
 식   비  1,081,113
 기   타  290,872
 총   계  6,933,017

 

이번 여행 중에 가장 경치가 아름다웠던 나라는 스위스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호숫가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좋은 곳, 그런 곳이 스위스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경관, 관광 인프라, 편안함, 편리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제일 좋았던 나라는 독일이었다.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독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는데 그것은 내가 독일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기 때문이었다. 독일에서는 6~7만원 정도의 저렴한 금액에 아침까지 제공되는 숙소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 수준은 15만원 이상의 호텔에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그들에게서 진정 대인배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의 로맨틱 가도에 위치한 여러 마을들은 독일이 얼마나 로맨틱한 곳인지를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독일의 '로텐부르크'와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안'을 꼽고 싶다. 독일의 로멘틱 가도에 위치한 로텐부르크는 중세의 동화 속 마을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간간이 새소리와 종소리만이 들려오는 고요함 속에 걷는 마을 길은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죽기 전에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이라는 아말피 해안은 명불허전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이들에게는 삶의 의욕을,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좌절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불러 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 해안 절벽에 축대를 쌓아 만든 밭과 건물들로부터는 경외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로텐부르크와 아말피 해안, 이 두 곳은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이번에 방문했던 6개 나라에 대한 느낌을 개인적으로 좋았던 순서대로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독일

잘 알려지지 않은 무림고수. 독일 전차의 딱딱함은 편견일 뿐. 곳곳에 널려 있는 고성들, 너무나 편리하고 안락하며 정확한 열차, 저렴하지만 좋은 시설의 숙소들, 로맨틱 가도를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마을들, 번잡하지 않으며 거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 관광지들, 사심 없이 너무 친절한 사람들, 목 넘김이 너무 부드러운 맥주까지...

[로맨틱 가도 - 로텐부르크]

 

2. 스위스

숲 속에 들어선 마을. 높은 산, 푸른 숲, 맑고 깨끗한 호수, 그리고 그 곳에 지어진 그림같은 집들. 호숫가 벤치에 앉아 있으면 벽에 그림 액자를 걸어 놓고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곳.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곳. 유일한 흠이라면 우리보다 2배 비싼 물가.

[인터라켄 - 아레 강]

 

3. 프랑스

대륙의 기상.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시원스레 뻗어 있는 대로들, 미술책에서만 보았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한 오르세 미술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눈부신 니스 해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규모의 베르사유 정원, 보석같은 도시 국가 모나코까지...

[베르사유 - 정원]

 

4. 이탈리아

유럽 속의 중남미. 너무나 많은 볼거리, 그중에서도 백미는 바티칸 박물관 그리고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아말피 해안. 너무나 붐비는 관광객들. 불친절, 불편함, 불안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나라임에는 틀림없으나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나라.

[아말피 해안 - 포지타노]

 

5. 체코

체코 = 프라하. 따스하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 프라하. 하지만, 프라하를 벗어나면 70, 80년대 우리의 농촌 모습을 연상케 하는 풍경들. 2% 부족한 느낌의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프라하 - 틴 교회]

 

6. 영국

섬나라. 복제품(시드니)보다 감흥이 떨어지는 원본(런던), 뉴질랜드보다 감흥이 떨어지는 스코틀랜드, 지나친 관광 상품화, 복불복 날씨, 겉으로 보이는 친절의 이면까지...

[런던 - 타워 브리지]

 

얼마전 라디오에서 공감이 가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은 바로 20대에는 시간과 체력은 되는데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가고 40대에는 돈과 체력은 되는데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가고 60대에는 시간과 돈은 되는데 체력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걷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나였지만 이번 여행 중 다리에 쥐가 나서 잠을 설친 적이 여러 번 있었을 정도로 체력의 부침을 경험하고 나니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내 생각은 더욱 확고해 졌다. 여행도 다 때가 있다고... 그리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