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독일] 대성당의 위용이 빛나는 라인 강변의 도시, 쾰른

늘푸르른나 2011. 6. 16. 18:09

가끔은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가 실제로 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별 기대 없이 갔다가 기대 이상의 만족감에 괜히 횡재한 느낌을 갖는 경우도 있다. 독일 서쪽 지역의 국제적 관문 역할을 하는 쾰른(Köln)은 후자에 해당했는데 단지 영국에서 독일로 넘어갈 때 가장 가까운 도시이고 라인 강을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러 가기 위한 경유지 정도로 생각하고 머물렀던 쾰른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쾰른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은 어릴 적에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쾰른 대성당이 유일했다. 그래서 쾰른에 도착하여 숙소를 체크인 하자마자 제일 먼저 쾰른 대성당을 찾아갔다. 쾰른 대성당은 쾰른 역의 남쪽 광장에 바로 인접해 있어서 손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쾰른 대성당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쾰른 대성당의 높이는 157.38미터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신성 로마 제국 시절 이타리아 원정을 통해 가져온 동방 박사 3인의 유골함을 안치하기 위한 건축물로서 1248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6세기에 잠시 공사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600여 년이 경과한 1880년에 완공되었다. 완공 이후 워싱턴 기념비가 세워진 1884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쾰른 대성당은 원래 건축 재료인 조면암의 색에 따라 흰색이었으나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과 매연으로 지금처럼 검게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이 쉬워서 157미터지 실제로 보면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아파트 한 층의 높이를 대략 2.5미터로 계산하면 63층 아파트에 해당하는 실로 엄청난 높이인데 쾰른 대성당을 보면서 느끼는 놀라움은 단순히 높이가 높아서만은 아니었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두개의 탑이 장인이 한 땀 한 땀 새긴듯이 정교한 조각과 부조로 되어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런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여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대성당을 온전하게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서는 50미터 이상 뒤로 물러나야 했는데 어렵게 사진에 담기는 했지만 실제로 봤을 때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지는 않는 것을 보면 현대 기술을 뛰어넘는 건축물인 것 같다.

 

157미터나 되는 탑의 끝까지 이어지는 극도의 정교함에 게르만족의 저력마저 느낄 수 있었다.

 

대성당 출입구의 모습. 이보다 더 정교할 수 있을까?

 

 

같은 출입구도 석양이 깃든 모습은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쾰른 대성당을 동쪽에서 바라본 모습.

 

쾰른 대성당을 남쪽에서 바라본 모습.

 

대성당 내부의 모습. 쾰른 대성당은 무료로 일반에게 개방되어 있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마침 미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심스럽게 둘러봐야 했다. 

 

대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성서의 한 장면을 묘사해 놓았는데 마치 캔버스에 그려놓은 것처럼 사실적이었다.   

 

쾰른 대성당 앞에서 퍼포먼스 중인 사람들.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라 '왜 저러고 있을까?'하고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아하게(?)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처음 본 광경이라 처음에는 좀 신기했었는데 나중에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쾰른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알터 마르크트(Alter Markt) 거리로 이동했다. 매년 11월 11일 11시 11분에 쾰른 카니발이 열리는 곳으로 카니발은 3개월간이나 지속된다고 한다. 카니발이 열리는 거리답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활기가 넘쳐났으며 펍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알터 마르크트 거리에서 조금 이동하니 건물 틈 사이로 옛 시청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옛 시청사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2차 세계 대전 중 엄청난 손상을 입었던 것을 오랜 시간 동안 복구 작업을 통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라 한다. 

 

옛 시청사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61미터 높이의 탑 벽면에 장식된 조각상들었다.

 

 

옛 시청사에서 라인 강변쪽으로 이동하니 우아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그로스 성 마르틴 교회를 만날 수 있었다. 첨탑 위에 십자가가 없었다면 교회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우아한 기풍이 넘쳐 흘렀다.

 

 

라인 강변쪽에서 바라본 그로스 성 마르틴 교회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 도드라지지 않고 주변 경관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라인 강변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강변에 늘어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들을 보면서 차마 발길을 그냥 돌릴 수 없었는데 나도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기기 위해 한 타이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파타이를 주문해 먹었는데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더욱 맛이 좋았다.

 

 

 

쾰른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쾰른 대성당으로부터 받았던 인상은 너무나 강렬했다. 개인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 베드로 성당, 세인트 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피렌체 두오모, 밀라노 두오모 등을 모두 보았으나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은 것은 쾰른 대성당이 유일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유명 도시들에 비해서 볼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쾰른 대성당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 볼 가치가 있는 도시가 쾰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