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프랑스]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 - 몽마르트르 언덕, 물랭 루주

늘푸르른나 2011. 7. 26. 07:00

'가난한 예술가들의 거리'로 불리는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은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작은 소품점들이 늘어서 있고 거리의 화가들을 만나 볼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홍대 주변에 해당하는 곳으로 많은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쳐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면 피카소, 마티스 등의 유명 화가들이 즐겨 찾던 술집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유명세로 인해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려면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언덕을 올라가야만 한다. 아래의 사진과 같은 가파른 계단 길을 따라 힘겹게 올라가면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몽마르트 언덕에 도착하게 되는데 지하철 역에서 부터 약 1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힘들게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야 케이블 카가 운행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파리 비지트(Paris Visite) 교통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게 됐다. 역시 뭘 잘 모르면 몸이 고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몽마르트 언덕 위 사크레쾨르 대사원 앞 광장에 모여있는 젊은이들.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즉석 공연 등이 펼쳐지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호응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사크레쾨르 대사원(Basilique du Sacre-Foeur). 몽마르트 언덕에 위치한 로마 비잔틴 양식의 사원으로 프러시아 전쟁의 패배와 파리 코뮌(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고 나폴레옹 3세의 제 2제정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파리에서 일어난 민중 봉기)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파리 시민에게 정신적인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1876년부터 짓기 시작해 40여년 만인 1919년에 완공되었다. 파란 하늘 아래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하얀 건물이 웅장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크레쾨르 대사원 서쪽에 위치한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의 모습들. 광장 주변으로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림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곳에 관광객을 상대로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볼 수 없고 그저 그림을 파는 사람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광장 주변에 있는 화실. 무엇에 이끌리듯 다가가 화실 내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는데 너무나 아늑하고 그윽한 모습이었다. 

 

 

몽마르트르의 정겨운 거리 풍경들.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아 다니다 발견한 너무나 깜찍한 레스토랑. 레스토랑 이름이 Poulbot이었는데 외관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왠지 음식이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었다.

 

 

레스토랑 내부의 모습. 예상했던 대로 아담한 규모의 레스토랑이었다. 원래 이런 곳이 음식 맛이 더 좋지 않은가? 

 

 

세트 메뉴를 주문하여 먹었는데 그 가격은 16.5유로였다. 애피타이저로 나왔던 수프는 너무 묽어서 좀 아쉬운 맛이었지만 메인 요리였던 연어와 디저트로 나왔던 애플 시럽 파이는 너무나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이 맘에 들었던 것은 서빙을 했던 아저씨의 친절함이었는데 그 친절함에 감동하여 2유로를 팁으로 남겨 두고 나오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몽마르트르의 명소인 라팽 아질(Lapin Agile)을 찾아 나섰다. 라팽 아질로 가는 길에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갤러리를 만날 수 있었는데 외관만으로도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담쟁이덩굴로 외관을 장식한 일반 주택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딱 내 스타일이었다. 

 

 

딱히 이정표도 없는 터라 어렵사리 라팽 아질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팽 아질 맞은편에는 조금은 뜬금없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 포도밭 덕분에 라팽 아질을 찾을 수 있었다. 

 

라팽 아질(Lapin Agile)의 모습. 몽마르트르 포도원 옆에 있는 오래된 술집으로 피카소, 마티스 등이 술잔을 기울이며 예술을 토론하던 곳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어서 그런지 술집 같지 않고 분위기 있는 작은 카페 같은 모습이었다. 아직은 문을 열 시간이 아니었는지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에는 캉캉 춤으로 유명한 물랭 루주(Moulin Rouge)가 있었는데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가기가 아쉬워 물랭 루주를 향해 걸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약 20분 정도 걸어서 내려가야 할 정도로 꽤 거리가 있었는데 그 유명한 빨간 풍차를 보자 그 힘겨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물랭 루주는 밤에 그 빛을 더욱 발했는데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물랭 루주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별다방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카라멜 마끼야또 한잔으로 시간을 보내며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렸다. 점점 주변이 어두워짐에 따라 빨간 풍차에서 내뿜는 빛이 아름다움을 더했는데 파리에서 본 야경 중에 에펠 탑 다음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쇼 타임(저녁 9시, 11시 두 차례)이 가까워 옴에 따라 물랭 루주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러 대의 관광 버스가 물랭 루주 앞에 서서 단체 관람객들을 내려 놓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물랭 루주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런던에서 만났던 한 동생은 파리를 한마디로 '더럽지만 좋은 곳'이라고 표현했었다. 특히, 몽마르트르 언덕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파리에 있는 동안 수 차례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고 했었는데, 내가 직접 가 보고 나니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파리가 더럽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후미진 곳을 많이 가 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느낌을 별로 받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탈리아에서 워낙 단련이 되어서 웬만큼 더러운 것에는 별 느낌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볼거리 많은 파리에서도 가장 낭만적이고 파리적인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몽마르트르 언덕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