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프랑스]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 - 에펠 탑, 노트르담 대성당

늘푸르른나 2011. 7. 27. 08:00

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에펠 탑(Tour Eiffel)일 것이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구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세워진 에펠 탑은 당시에는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외관이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아한 조형미로 파리의 상징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밤에 조명을 받은 에펠 탑은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에펠 탑은 밤에 조명을 밝힌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얘기를 귀가 아프게 들어왔던지라 센 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인 바토무슈(Bateaux-Mouches) 선착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일부러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9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둠이 다 내리지 않은 상태였는데 썸머 타임제의 영향도 있었지만 파리에서 만나는 해의 길이가 우리 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길어 보였다.

 

10시에 출발하는 바토무슈(정상 티켓 요금은 11유로였는데 민박에서 6유로에 티켓을 구입하여 사용함)를 타고 드디어 출발했다. 불 밝힌 에펠 탑을 등뒤로 하고 바토무슈는 센 강을 따라 미끄러지듯이 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설명을 들으며(놀랍게도 한국어 설명도 포함되어 있다) 센 강가의 주요 건물과 다리들을 둘러보고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태 섬을 반환점으로 배는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생각했던 것만큼 야경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다리 위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던 사람들, 센 강가에서 밀애를 즐기다가 유람선 불빛에 흠칫 놀라던 연인들, 센 강가에서 댄스 파티를 벌이던 사람들 등은 센 강의 낭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유람선은 출발 지점인 선착장을 지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에펠 탑을 향해 나아갔는데 점점 가까워지면서 시시각각 다른 각도로 보이는 에펠 탑의 모습은 내 맘을 들뜨게 만들었다. 

 

 

 

에펠 탑은 30분에 한번씩 현란한 점멸등으로 반짝였는데 잠깐이었지만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릴만큼 화려한 모습이었다.

 

 

에펠 탑을 끝으로 1시간 10분간의 바토무슈 유람은 끝이 났다. 센 강의 이곳 저곳을 둘러봤지만 기억 속에는 에펠 탑만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밤에 본 에펠 탑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 보고자 낮 시간을 이용하여 에펠 탑을 찾아갔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본 에펠 탑은 역시 듣던 대로 삭막한 느낌의 철골 구조물이었다. 하지만,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에펠 탑의 맞은 편에 위치한 사이요 궁전(Palais de Chaillot)으로 이동하기 위해 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사이요 궁전 앞에서 바라본 에펠 탑은 가까이에서 봤던 것과는 몰라보게 모양새가 달라져 있었다. 

 

사이요 궁전 위쪽에 위치한 트로카데로 광장(Place du Trocadero)에 올라섰는데 시원스럽게 펼쳐진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에펠 탑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바라본 에펠 탑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으며 이곳에 와 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틀담의 꼽추'라는 빅토르 위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Paris)은 센 강의 중간에 위치한 시테 섬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고딕 양식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파리 주교인 모리스 드 쉴리가 초석을 다진 후 200여 년이 흐른 1330년에 완공되었으며 수많은 왕의 대관식과 귀족들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행해지기도 했다. 특히,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이 이곳에서 진행된 것으로 유명한데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다비드의 작품 '나폴레옹의 대관식'은 바로 이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지하철 시테(Cite) 역에서 하차하여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눈 앞에 곧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지는 않았다. 시테 섬을 굉장히 작은 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동쪽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은 뒤에야 노트르담 대성당이 눈에 들어는 걸 보니 그리 작지만은 않은 섬이었다. 대성당 주변은 많은 사람들로 넘쳐 났는데 파리를 상징하는 관광 명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피렌체나 밀라노에서 봤던 대성당들에 비해서 샤방샤방하거나 웅장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왠지 고급스럽고 푸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문득 로마의 바티칸 투어 때 가이드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는데, 그것은 바로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지붕을 열고 노트르담 대성당을 그대로 들어서 성 베드로 성당에 내려놓으면 그 안에 쏙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머금어졌다. 

 

대성당 내부는 무료로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대성당에서 나와 뒷편으로 돌아가 봤는데 앞에서 봤던 대성당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모습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이곳에서 본 모습은 공상 과학 만화에나 나올 법한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펠 탑과 노트르담 대성당을 둘러보고 파리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보는 시간과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을 주었던 에펠 탑은 왜 사람들이 그토록 에펠 탑, 에펠 탑 하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에펠 탑은 파리의 잔상으로 오래도록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