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이탈리아]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베니스)

늘푸르른나 2011. 8. 5. 15:17

영문 이름인 베니스(Venice)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베네치아(Venezia)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베네치아는 118개의 작은 섬들을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하여 만들어졌는데 물의 도시답게 150여 개의 운하가 있으며 이런 운하를 운항하는 수상 버스, 수상 택시, 곤돌라 등이 주요 운송 수단이다. 중세 시대에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으나 현재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빈과 베네치아 구간을 하루 한 차례 운행하는 야간 열차를 타고 12시간이 걸려서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Venezia Stanta Lucia) 역에 도착했다. 산타 루치아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 앞에는 베네치아의 대운하(Canal Grande)가 펼쳐졌는데 이곳이 그 유명한 물의 도시임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의 모습. 세계적인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관문인 만큼 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 산타 루치아 역 바로 앞에 있는 스칼치(Scalzi) 다리에 올라섰다. 다리에서 바라본 대운하의 모습은 여러 배들로 인해 활기찬 모습이었는데 그 탁한 물빛은 베네치아에 대한 나의 막연했던 환상을 깨 버리고 현실 세계에 적응하게 만들어 버렸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작은 운하들. 곳곳에서 이런 운하를 만날 수 있어서 베네치아를 괜히 물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작은 섬들 위에 집을 지은 것이니 운하처럼 보이는 것이 원래는 자연스런 바닷물길이었을텐데 섬의 자취는 온데간데없어진 지금에는 오히려 운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닐까?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 바람에 숙소에 체크인도 못하고 그저 가방만을 맡긴 채 곧바로 나와 베네치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첫 코스는 대운하를 운행하는 수상 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를 타고 산 마르코 대사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됐는데 실질적으로 베네치아 광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한 것이었다.

 

수상 버스인 바포레토의 모습. 베네치아는 길이 워낙 좁고 복잡하여 걸어서 다닌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바포레토를 꼭 이용해야 하는데 12시간짜리 트래블 카드(16유로)를 구입하면 하루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바포레토를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베네치아의 주요 교통 수단인 만큼 항상 사람들로 넘쳐 나는데, 특히 주요 관광지를 다 지나는 1번선은 콩나물 버스를 방불케 했다. 이런 배를 처음 타 보는 나로서는 혹시 배가 가라앉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베네치아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풍경들.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들 때문인지 분명히 바다의 일부인 대운하가 마치 강물처럼 느껴졌는데 물에서 바닷물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것도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했다. 그 예날 한 시대를 호령했던 베니스의 상인들이 드나들었을 이 물줄기를 따라 가면서 내가 그 시대의 상인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보기도 했다.

 

 

 

 

 

 

곤돌라(Gondola)의 모습.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람이 직접 노를 저어서 운행하는 낭만적인 배이다. 뱃전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데 배 하나 빌리는 데 30분에 70~80 유로를 내야할 정도로 비싼 편이다. 보기에는 무지 힘들어 보이고 3D 업종 같아 보이지만 이 배를 운행하는 사람들은 굉장한 고소득자들이고 곤돌라 면허를 따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 하니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닌 것 같다. 비싼 것은 감수하고라도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의 낭만을 마음껏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혼자서 여행한다는 것이 이럴 때는 정말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즉석에서 헌팅으로 함께 곤돌라를 탈 멤버를 구성할 수도 없지 않은가?

 

 

 

포스가 느껴지는 바포레토의 차장. 선착장에 배를 접안할 때마다 재빠른 동작으로 굵은 동아줄을 철기둥에 둘러서 배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남자도 하기 힘들어 보이는 일을 가뿐하게 해내는 것을 보니 괜히 멋있어 보였다. 

 

  

  

 

 

 

 

대운하 주변의 건물들에는 아래와 같이 배를 묶어 둘 수 있는 기둥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육지로 치면 일종의 주차장인 셈이었다. 

 

 

 

 

 

 

 

산타 루치아 역 앞에서 바포레토를 탄지 30여 분만에 산 마르코 광장 앞에 도착했다. 실제 이동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간에 15개 정도 되는 선착장에 들러 오다 보니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선착장에서 산 마르코 대사원을 향해 이동하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별로 붐비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잠시 후에 알게 되었다. 

 

산 마크로 대사원에 앞서 눈에 들어온 곳은 바닷가에 면해 있는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이었다. 한때 상업 국가로 명성을 떨쳤던 베네치아 왕국의 총독 관저 겸 최고 사법부가 있던 곳으로 9세기에 건립하여 15세기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운하를 사이에 두고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연결하는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의 모습. 대평의원회에서 재판을 받아 형을 선고 받은 죄인들이 감옥으로 가는 이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창문으로 바깥 세계를 바라보며 탄식한 데서 다리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 사연이 참 재미있다. 두칼레 궁전과 감옥의 외벽은 보수 공사를 위해 가림막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나마 관광객을 배려한 것인지 탄식의 다리 일부가 공개되어 있어서 아쉬운 대로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산 마르코 대사원(Basilica di San Marco)의 모습. 산 마르코 대사원은 두칼레 궁전과 접하고 있었는데 '인산인해(人山人海)'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로 넘쳐 났다. 이 날이 평일인데다가 비수기였던 점을 고려해 보면 세계적인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산 마르코 대사원은 828년에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성 마가(산 마르코)의 유체를 모시기 위해 세워졌으며 967년에 화재로 유실되었다가 1063년부터 10년에 걸친 복원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조화를 이룬 사원이라고 하는데 그 외관이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가히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건축물로서 한치의 부족함이 없는 사원이었는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50미터가 넘게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그 줄의 뒤에 서서 한 30여 분쯤 기다린 후에야 사원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산 마르코 대사원 내부는 금박으로 장식된 천장의 모자이크가 압권이었는데 그 고급스러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장의 모자이크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는 2층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사원 내부에 무료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4유로의 요금을 내고 올라가야 했다. 그것은 2층에 박물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박물관 자체는 그다지 볼만한 것이 있지는 않았다. 

 

2층에서 바라본 화려한 천장의 모습. 온통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어 그 화려함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사실 사원 내부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사진을 찍어 대는 다른 관광객들에게 용기를 얻어 힘들게 아래와 같은 두 장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산 마르코 대사원 2층의 발코니의 모습. 발코니의 중앙에 4마리의 청동 기마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성 마가(산 마르코)를 상징하는 것으로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에서 1204년에 대사원의 장식을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사실 발코니에 있는 것은 원래의 기마상을 대신한 복제품이라고 하는데 원래의 기마상은 보존을 위해 2층 내부의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일찍이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격찬을 했다는 곳으로 광장 주위로 하얀 대리석의 열주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시원스럽기만 했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두칼레 궁전. 보면 볼수록 우아함이 묻어 나는 건축물인 듯했다.

 

발코니를 장식하고 있는 4마리의 청동 기마상의 원품. 예수의 열두 제자 둥 한 사람인 성 마가(산 마르코)를 상징하는 것으로 4세기에 황금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대사원 2층의 박물관에서 그나마 볼만한 것은 이것뿐이었다. 

 

산 마르코 대사원에서 나와서 바라본 산 마르코 광장.

 

 

산 마르코 광장의 북쪽에 위치한 시계탑(Torre dell' Orologio). 15세기에 건축된 탑으로 매일 정오가 되면 2개의 무어인 청동상이 종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마침 그 시간에 산 마르코 광장에 서 있었는데 운 좋게도 타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 마르코 광장의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대종루(Campanile di San Marco). 높이가 99미터나 되며 15세기 말에 세워졌으나 1902년에 붕괴되었다가 1912년에 다시 복구된 것이라고 한다. 8유로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종루의 꼭대기에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베네치아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대종루에서 내려다본 베네치아 전경들. 중세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색 지붕들과 빈틈없이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이 인상적이었다.

 

 

 

 

 

 

 

 

 

대종루의 꼭대기는 전망대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고 아래의 사진과 같이 여러 개의 큰 종이 매달려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올라가 있었던 시간이 종을 울리는 시간이어서 그 엄청난 종소리를 무방비 상태에서 들어야만 했는데 약 30초 정도 종이 계속 울리는 동안 정말 고막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매시간마다 종이 울리는 것 같은데 고막이 약한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 아닌가 싶다.

 

 

산 조르조 마조레 교회(Chiesa di San Giorgio Maggiore). 산 조르조 마조레 섬에 있는 교회로 1566년에 착공하여 1610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섬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섬을 뒤덮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작은 운하들과 그곳을 운행하는 곤돌라의 모습.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다리인 리알토 다리(Ponte de Rialto).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1588~1592에 건설된 대리석 다리로 너비는 22미터, 길이는 48미터에 달한다. 리알토 다리는 대운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주변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기도 하다.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본 대운하의 모습. 

 

산타 마리아 글로리오사 데이 프라리 교회(Santa Maria Gloriosa dei Frari). 8~9세기에 건설되었으며 산 마르코 대사원에 비견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산 로코 학교(Scuola Grande di San Rocco). 학교라는 이름이 좀 생뚱맞지만 틴토레토가 1564년부터 1588년까지 20년 넘게 작업을 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틴토레토의 주요 작품 56점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7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입장을 해야 했다. 

 

산 로코 학교 내부의 모습들. 종교화에 문외한인데다가 틴토레토를 잘 몰라서 였는지 개인적으로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으며 전체적으로 장엄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운하에 걸쳐 있는, 또 하나의 유명한 다리인 아카데미아 다리(Ponte dell' Accademia). 옛 정취가 그대로 묻어 있는 목조 다리로 이곳을 건너는 느낌이 근사했다.

 

 

 

아카데미아 다리 위에서 바라본 대운하의 풍경들. 

 

 

 

아카데미아 다리 건너편에 자리잡은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 Accademia). 모습은 좀 남루하지만 14~18세기 베네치아파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구겐하임 컬렉션(Collezione Peggy Guggenheim). 현대 유럽 미술 수집가로 유명한 페기 구겐하임의 저택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피카소, 샤갈 등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 3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주택을 개조해서 그런지 입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왠지 남의 가정집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맘 놓고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를 찾아가는 길에 건너게 된 작은 운하의 모습. 베네치아아에서는 운하가 주요 교통로이기 때문에 길은 모두 좁은 골목길이었는데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가 쉽상이었다. 사람이나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뿐이었기 때문에 도시 내에서 차량을 전혀 볼 수 없었는데, 이것이 아마도 다른 유럽 어느 도시와도 차별되는 베네치아의 특징이 아닐까 싶었다. 

 

베네치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Basilica di Santa Maria della Salute). 베네치아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로 17세기의 건축가 롱게나(Longhena)의 작품이다. 당시 베네치아에서 창궐한 페스트에서 벗어나게 됨을 감사하는 뜻에서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8각형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참 우아한 모습의 교회였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내부의 모습. 여기저기에서 보수공사 중이어서 좀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냥 겉에서 본 모습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는 대운하가 시작되는 부분에 있었는데 이곳에서 바라본 산 마르코 대사원 일대의 모습이 너무나 시원스러웠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앞에서 바라본 산 조르조 마조레 섬의 모습.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앞, 육지가 삼각형 모양으로 끝나는 지점에 당당하게 서 있는 '개구리를 든 소년' 상.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를 마지막으로 하루간의 베네치아 투어는 끝이 났다. 사실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Lido) 섬이나 무라노(Murano) 섬 등을 더 둘러볼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으나 야간 열차를 타고 도착한 후유증으로 인해 더 이상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역시 야간 열차 이용은 별로 권장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앞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바포레토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대운하의 모습은 석양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아침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