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이탈리아] 역사와 종교가 살아 숨쉬는 도시, 로마 - 콜로세움

늘푸르른나 2011. 8. 12. 08:00

로마 하면 떠오르는 건축물, 로마에 가면 반드시 들러 봐야 하는 곳, 콜로세움(Colosseo)은 서기 80년에 완성된 3층 구조의 원형 경기장이다. 글래디에이터를 비롯한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여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콜로세움은 최대 지름 78미터, 최소 지름 46미터의 타원형 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그 엄청난 규모로 인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행 책자에 보면 1월 1일과 12월 25일의 이틀만 콜로세움의 휴일로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도 휴일이었다. 내가 화창한 날씨에 큰 기대를 안고 콜로세움을 찾았던 날이 하필이면 5월 1일이었는데, 여행 책자를 철석같이 믿고 5월 1일에 주요 관광지의 문을 닫지 않는 우리 나라의 실정을 고려하여 꿈에도 문을 닫았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는 콜로세움의 주변만을 배회하다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로마까지 와서 콜로세움을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냥 간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다시 콜로세움을 찾아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틀에 걸쳐서 콜로세움을 그 누구보다도 자세하게 둘러보게 되었다.

 

콜로세움에 들어갈 수 없었던 첫째날은 외곽에서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돌면서 둘러보았다. 타원형 구조인데다가 많은 곳이 손상된 채 유지되고 있어서 그런지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 보여서 마치 천의 얼굴을 지닌 것 같았다. 그리고 주위를 돌면서 그 엄청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그 시기에 이런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다시 찾았던 콜로세움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아침 일찍부터 입구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입장권(12유로)을 구입하기 위해 약 30여 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입장권을 구입한 이후에는 의외로 더 이상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콜로세움 안에서 많은 수의 어린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현장 학습을 나온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참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세계적인 건축물을 얘들은 어릴 때부터 이렇듯 손쉽게 드나들다니... 이탈리아에서 세계적인 명품들이 만들어지고 유명한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된 것이 다 이런 환경이 기반이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콜로세움 내부의 모습은 겉에서 봤던 것보다 더 많이 손상된 모습이었다. 그 옛날 흙으로 덮여 있었을 그라운드는 온데간데없고 그라운드를 떠받치고 있던 지하의 기둥들만이 황폐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옛날 많은 군중들이 내지르는 환호성으로 가득했을 2층의 관중석에서 피폐한 경기장을 내려다봤을 때에는 영화 속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그 함성이 내 귓가에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이 경기장이 단순히 멋있다거나 웅장하다는 느낌보다는 참 잔인하고 야만스러운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불친절과 불편함 등이 그 옛날 목숨을 걸고 맹수와 싸웠던 검투사들의 절박함과 동기화되어서 더욱 그랬었던 것 같다.

 

콜로세움의 1층에서 바라본 모습들.

 

 

 

 

 

 

 

 

 

콜로세움의 2층에서 바라본 모습들. 

 

 

 

 

 

 

 

 

 

 

 

콜로세움 2층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들. 콘스탄티노 개선문, 팔라티노 언덕, 포로 로마노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1시간 남짓 콜로세움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콜로세움 앞에서는 검투사 복장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남세스러워서 손사래를 치며 도망쳤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순순히 호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은근히 수입이 짭짤한 직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로세움의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콘스탄티노 개선문(Arco di Constantino). 높이 21미터, 너비 25미터의 규모로 로마에서 가장 큰 문이라고 한다. 이 개선문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막센티우스를 격파한 기념으로 315년에 세워졌는데 그 시기로 볼 때 파리 개선문의 시조 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 의미있고 역사적인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유명한 콜로세움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콜로세움 앞에 위치한 팔라티노 언덕을 끼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만나게 되는 대전차 경기장(Circo Massimo). 영화 벤허에서 볼 수 있는 대전차 경주가 실제로 열렸던 곳으로 언덕 위에 보이는 건물은 경기장 건물의 잔해로 과거에는 25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선종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성인으로 인정받는 시성식의 전 단계 과정) 행사가 이곳에서 열려서(전세계에서 몰려든 수백만 명의 신자들을 성 베드로 광장에 모두 수용할 수 없으므로 로마 시내의 광장 곳곳에서 중계 방송을 통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음) 정말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다시피 했다.

 

 

 

대전차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Santa Maria in Cosmedin) 교회. 겉으로 보기에는 뭐 대수로울 것 없는 교회이지만 이 교회에 그 유명한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이 있다. 진실의 입은 둥근 석판에 바다의 신인 트리톤의 얼굴을 새긴 것으로 거짓말쟁이가 그 입에 손을 넣으면 트리톤이 입을 다문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이곳에 손을 집어넣는 장면이 나오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문제의 '진실의 입'. 교회 외부의 구석 벽면에 놓여 있었는데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 앞의 보카 델라 베리타 광장(Piazza Bocca della Verita). 광장의 한편에 자리잡은 오래돼 보이는 돌문을 지나 올라가니 포로 로마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전경.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의 생활 중심지였던 곳으로 사법, 정치, 종교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진 곳이다. 현재는 원로원, 신전, 개선문 등 건축물들의 흔적만이 남아 있어 조금은 황량한 느낌을 주는 유적지이다.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 의 모습.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곳으로 바닥의 문양이 이색적인 광장이다. 

 

캄피돌리오 광장의 정면에 위치한 시청사. 시청사를 호위하듯이 양쪽에 자리잡은 건물은 카피톨리노 박물관(Museo Capitolino)이다.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인도하는 코르도나타(Cordonata) 계단. 이것 역시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것으로 원근법을 고려하여 위로 올라갈 수록 폭이 점점 넓어지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에 멀리서 봤을 때 위와 아래가 똑같은 폭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다.

  

 

캄피돌리오 광장 입구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인 아라코엘리(Santa Maria in Aracoeli) 교회.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5분 남짓 걸으니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차들로 붐비는 곳이었는데 도로 한복판에 잔디밭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광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면에 위치한 대형 흰색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기념관으로 이탈리아 통일(1870년)의 위업을 달성한 초대 국왕(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고 한다. 계단을 쌓고 지상보다 높은 곳에 지어져서 그런지 굉장히 위엄있고 신성스럽게 느껴졌는데 실제로도 기념관 앞의 계단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등 굉장히 신성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건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베네치아 궁전(Palazzo di Venezia)이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무솔리니가 이곳 2층 발코니에서 군중에게 연설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쩐지 내 눈에도 많이 익는다 했더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다큐멘터리 등의 자료 화면에서 많이 봐 왔던 역사적인 장면의 실제 장소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했다.

 

 

로마의 야경은 기대했던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었는데 그중에서도 콜로세움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기념관은 야경이 볼 만했다. 콜로세움은 낮과는 또 다른 신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래의 사진과 같은 방향에서 본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았다. 이틀에 걸쳐서 안과 밖을 둘러보고 야경까지 봤으니 이번 여행길에 콜로세움은 정말 원 없이 둘러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