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이탈리아] 역사와 종교가 살아 숨쉬는 도시, 로마 -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늘푸르른나 2011. 8. 8. 08:00

콜로세움, 스페인 광장과 함께 로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일 것이다. 트레비 분수는 교황 클레멘스 13세가 모집한 분수 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니콜라 살비(Nicola Salvi)의 작품으로 1732년에 착공하여 1762년에 완공되었다. 단순한 분수 이상의 석조 건물로서 바로크 양식 특유의 굴곡과 곡선의 움직임이 살아 있어 로마의 분수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힌다. 트레비 분수를 뒤로하고 동전을 한 번 던져서 분수 안으로 들어가면 로마로 다시 올 수 있다는 의미이며, 두 번째는 원하는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고, 세 번째는 그 사람과 이혼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속설이 생겼는지 분명치는 않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거리로 인해 트레비 분수가 더욱 세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분수가 큰 광장이나 정원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트레비 분수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로마의 길은 도로명 확인이 쉽지 않은 데다가 큰 길가가 아니라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트레비 분수를 찾아가는 길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 '아, 이곳이 바로 트레비 분수구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트레비 분수를 처음 봤을 때 그 의외의 모습에 놀랐는데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었지만 하나의 건물과 같은 형태의 분수가 내게는 참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분수 앞에는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동전을 분수 안에 넣겠다는 의지는 별로 없어 보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동전들은 분수가 아닌 그 앞에 고여 있는 물속에 떨어져 있었는데 매일 약 3000유로 정도의 동전이 수거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트레비 분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로마의 또 다른 명소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이 있다. 로마에서 유명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영화 속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닐던 장면이 눈에 선한 곳으로 스페인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17세기때 바티칸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을 때 그 명성에 걸맞게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래의 사진에서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곳을 응시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는데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바로 영화 속에 나왔던 그 계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드리 헵번이 거닐던 계단의 모습. 봄 햇살을 한껏 머금은 모습이 흐드러지게 핀 철쭉과 아울러 너무나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오드리 헵번이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계단을 내려올 것처럼... 

 

 

계단을 오르면서 내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다. 

 

 

 

계단의 끝에 위치한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 

 

교회 앞에서 내려다본 모습. 앞으로 길게 이어지는 거리가 바로 로마 최대의 쇼핑 거리인 콘도티 거리(Via Condotti)로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유명한 명품 상점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계단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는 조각배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인 베르니니가 만든 것이 아닌 그의 아버지가 만든 분수로 수압이 낮아서 분수라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졸졸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넓지 않은 스페인 광장은 계속 많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나 짜증 같은 것 대신에 푸근함과 행복감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너무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곳의 풍광 때문이었으리라...  

 

 

스페인 광장을 떠난 나의 발걸음은 로마 시내의 끝자락에 위치한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으로 이어졌다. 포폴로 광장은 핀초 언덕과 테베레 강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1820년에 주세페 발라디에르에 의해 완성된 곳이다. 포폴로 광장은 로마 시내의 여러 광장 중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큰데 크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욱 넓어 보인다. 핀초 언덕 뒷편으로는 보르게세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포폴로 광장의 모습. 광장의 중앙에는 높이 24미터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 있는데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기원전 13세기의 유물이라고 한다. 

  

 

 

 

핀초(Pincio) 언덕의 모습. 핀치(Pinci) 가문이 4세기경에 처음 만들었고 1814년에 건축가 발라디에르가 언덕과 정원을 다시 조성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본 포폴로 광장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며 뒷편으로는 보르게세 공원과도 연결되어 있다. 

 

포폴로 광장의 남쪽에 면해 있는 쌍둥이 교회의 모습. 17세기에 건축되었으며 마틴 루터가 첫 마사를 올렸고 갈릴레이가 구금을 당하기도 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현재는 프랑스 대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포폴로 광장의 북쪽에 있는 포폴로 문(Porta del Popolo). 3세기경 고대 로마의 북쪽 입구인 플라미니오 성문 입구에 세워졌으며 17세기 스웨덴의 여왕 크리스티나의 로마 방문을 기념하여 건축가 베르니니가 장식했다고 한다. 

 

포폴로 문 옆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Santa Maria del Popolo). 네로 황제의 유모와 애인이 몰래 황제의 시체를 묻었던 곳에 지어진 성당으로 로마에서 예술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포폴로 문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구걸 중인 사람의 모습. 나란히 다리를 뻗고 잠이 든 두 마리의 강아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잡는 데는 최고의 아이디어다 싶었다. 

 

핀초 언덕에서 바라본 포폴로 광장의 모습. 과연 핀초 언덕에서 바라본 포폴로 광장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핀초 언덕에서 이어지는 보르게세 공원(Villa Borghese)의 모습. 원래는 17세기 때 추기경인 시피오네 보르게세의 저택으로 만들어 졌던 것이라고 한다. 걸어서는 다 둘러보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이 공원 안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르게세 미술관(Museo e Galleria Borghese)이 위치하고 있다. 

 

  

 

 

 

트레비 분수에서부터 보르게세 공원까지는 지하철 역으로 두 정거장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였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도 걸어서 둘러볼 수 있었다.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참으로 볼거리 많은 로마의 일면을 충분히 느껴 볼 수 있었다.

 

밤에 다시 찾은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은 화려했던 낮과는 다르게 차분한 모습이었다. 요란하지 않고 은은하게 밝힌 조명 아래 그 모습을 수줍은 듯 드러내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발길만은 변함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스페인 광장에서는 젊음의 활기와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