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얻는 지혜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늘푸르른나 2011. 1. 31. 17:50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린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울타리가 없는 산골의 절에서는 가끔 도둑을 맞는다. 어느 날 외딴 암자에 '밤손님'이 내방했다. 밤잠이 없는 노스님이 정랑엘 다녀오다가 뒤꼍에서 인기척을 들었다. 웬 사람이 지게에 짐을 지워 놓고 일어나려다 말고 일어나려다 말고 하면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뒤주에서 쌀을 한 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 부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둑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그시 밀어 주었다. 겨우 일어난 도둑이 힐끗 돌아보았다.

 

  "아무 소리 말고 지고 내려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 버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이 말은 선가(禪家)에서 차원을 달리해 쓰이지만 물건에 대한 소유 관념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후로 그 밤손님은 암자의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 법정 스님의 '무소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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