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여행

[5일차] 타우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다 (12.21)

늘푸르른나 2010. 2. 16. 17:32

오늘은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Waiotapu Thermal Wonderland)를 들려서 타우포(Taupo)를 돌아볼 예정이다.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는 로토루아에서 남쪽으로 27Km 떨어져 있는데 차로 약 20분 정도 거리이다.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에는 'Lady Knox'라는 이름의 유명한 간헐천이 있는데, 매일 오전 10시 15분에 단 한 차례만 분출되기 때문에 이를 보기 위해 서둘러서 호텔을 나섰다.

 

10시쯤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의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간헐천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간에 늦을까봐 서둘러 매표소로 들어섰다. 매표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가 NZD $30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구입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영문 관광 안내도와 함께 한글 안내문을 건네 준다. 사실 별거 아닌데 낯선 이국땅에서 보게 되는 한글은 항상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매표원이 관광 안내도를 주면서 간헐천을 보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다가야 한다며 간단한 약도 하나를 추가적으로 건네 준다. Lady Knox 간헐천이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 안쪽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은 10시 10분이 다 되어 가는데 마음이 조급하다. 얼른 주차장에 가서 차를 몰고 들어왔던 길을 되짚어 가다가 간헐천 안내 표지판을 확인하고 방향을 틀었다. 간헐천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차량들을 통제하는 직원이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 입장권(별도의 입장권은 없고 구매 영수증이 입장권을 대신함)을 보여 달라고 한다. 간헐천은 공원 바깥쪽에 위치하여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올 수 있는 곳이니 공짜 관람을 막기 위해서 영수증 확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꼼꼼하기도 하다.

 

차를 주차하고 간헐천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10시 20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다행히 아직 간헐천의 활동은 시작되지 않았다. 간헐천 주변으로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들이 배열되어 있는데 벌써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발 디딜틈이 없었다. 사진 촬영하고 제대로 보려면 사람들에 의해 가리지 않는 곳을 확보해야 하겠는데 이미 좋은 자리는 모두 장악된 상태였다. 맨 뒷줄에 있는 의자들에는 잘 보기위해 사람들이 의자를 밟고 서 있는데 그 중 하나에 반 사람 정도가 설 빈틈이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있으면 간헐천 활동이 시작될 거 같은 조급한 마음에 염치 불구하고 그 빈틈에 발을 디디고 올라 섰다. 좁은 공간에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 가려다 보니 중심을 잃고 떨어질 뻔 하다가 옆에 있던 사람의 팔을 붙잡고 간신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팔을 붙잡힌 아줌마 놀라서 나를 한번 쳐다 보더니 마음씨 좋게 옆으로 자리를 조금 비켜 준다. 오호,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그 아줌마 덕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예술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직원이 간헐천에 대해서 설명을 마치고 간헐천의 활동을 유발하기 위해 가루 성분의 뭔가를 간헐천에 집에 넣고 사라졌다. 그 물질을 넣지 않으면 간헐천이 보통 3일에 한번 꼴로 분출하며 정확한 분출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쩐지 매일 10시 15분에 정확하게 분출되는 간헐천이 있을 수 있을까 신기했었는데 이런 비결이 있었던 것이었다.

 

Lady Knox 간헐천으로부터 거품이 일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용수가 솟구쳐 올랐다. 물기둥이 10미터 이상 솟구쳐 오르는데 장관이다. 분출된 물기둥에서 발산된 파편들 때문에 간헐천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던 사람들이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난 참 명당 자리를 잘 잡은거 같아 행복하다. 

 

다시 차를 몰아 와이오타푸 지열 지대 매표소로 돌아 왔다. 공원 입구에서 영수증을 보여 주고 드디어 공원으로 들어섰다. 작은 실개천을 넘어서니 관람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표시가 보였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관람 코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관람 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25개의 관람 포인트를 둘러 보았다. 지질 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장면들이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25개의 관람 포인트를 순서 대로 정리해 본다.

 [Wai-O-Tapu Thermal Wonderland Guide Map]

 

1. 악마의 집 (Devil's Home) 

지반붕괴로 유발된 지하 산성수 활동에 의해 발생한 붕괴된 분화구의 첫 예로 분출되는 유황증기로 인해 형성된 노란색 유황 결정을 주목

 

2. 무지개 분화구 (Rainbow Crater)

분화구 벽의 유황결정과 부석 틈에 보이는 안맥의 색상에 의해 이름 지어 졌으며 끓는 물의 정상부분에서는 기름같이 매끄러운 곳이 보임. 

 

3. 천둥 분화구 (Thunder Crater)

1968년에 형성된 분화구로서 이 지역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음. 침식작용의 원인이 되는 바닥의 끓는 물에 주목 

 

4. 악마의 잉크병 (Devil's Ink Pots)

강우량에 따라 수심이 변화하는 진흙 풀 종류임. 풀의 색깔은 물이 밀어 올려 표면으로 올려 보내는 소량의 흑연과 원유에 의해 나타나는 것임.

 

5. 예술가의 팔레트 (Artist's Palette)

팔레트는 샴페인 풀과 인접해 있으며 뜨겁고 차가운 풀들에서 다양한 색상의 희미한 색조를 보여주며 화산의 분기공에서는 증기가 소리를 내며 분출됨. 이 색들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수심과 바람의 방향, 샴페인 풀로부터 넘쳐 들어오는 물에 영향을 받음.

 

6. 오팔 풀 (Opal Pool)

탕화(sinter) 테라스(terrace, 계단처럼 생긴 지형) 모서리에 있는 유황천 

 

7. 테라스를 건너는 산책로 (Crossing the boardwork)

와이오타푸만의 독특한 경험

 

8. 달맞이 꽃 테라스 (The Primrose Terrace)

이 탕화 테라스는 1866년 타라웨라 산의 폭발에 의한 핑크&화이트 테라스 형성 이후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것임. 샴페인 풀로부터 나오는 물이 증발함으로써 생기는 석회와 규산염 퇴적물을 포함하고 있음. 탕화(Sinter)는 천천히 테라스로 형성됨. 

 

9. 진 베튼 간헐천 (Jean Batten Geyser)

1931년 와이오타푸를 방문한 유명한 루토루아 태생의 여류비행사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간헐천으로서 약 3m 높이로 분출하며 강한 난풍 속에서만 분출함. 

 

10. 신성한 트랙 (The Sacred Track)

이 산길은 파노라믹 뷰와 보행로로 연결되어 있음. 이 곳에 있는 로토맨트론(철쭉과 비슷한 식물) 나무 근처 길에서 과거 초기 정착민이 살았다고 함. 이 길이 신성한 길이라 불리는 이유는 근처에 있는 묘지 때문임. 

 

11. 파노라믹 뷰 (Panoramic View)

이 곳은 와이오타푸 계곡의 하부임. 멀리 인공산림으로 덮힌 커다란 카인카로아 대평원이 보임(남반구 최대의 평원). 앞으로는 프라잉팬 평원이 있고 뒤로는 마오리 언어로 '할아버지'라는 뜻의 녹색의 나코로 호수가 왼쪽으로는 에코 호수 혹은 마오리어로 '하날의 색'이라는 뜻의 푸른색의 왕기오 테랑기 호수가 있음. 

 

12. 신부의 면사포 폭포 (Bridal Veil Falls)

이 폭포는 테라스의 끝에 있으며 오팔 풀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물로 인해 부분적으로 색을 띄고 있음. 이 곳으로부터 나온 물은 얇은 샛강으로 흘러 들어 남쪽으로 흐름.

 

13. 와이오타푸 간헐천 (Wai-O-Tapu Geyser)

지하수면이 3m 이상 높이가 되었을 때만 2~8시간 간격으로 분출함.

 

14. 알룸 절벽 (Alum Cliffs)

약 700년 전 화산 분화구와 옛날의 물길에 의해 형성된 알룸(황산알루미늄)의 절벽 

 

15. 프라잉 팬 평원 (Frying Pan Flat)

옛날 화산 분화구로 생각되어 지며 퇴적물로 채워져 있음.

 

16. 굴 풀 (Oyster Pool)

목재로 된 산책로에서 보게 되는 천연 유황 풀로서 불안정한 지대에 위치하고 있음. 그 독특한 모양이 굴을 연상시켜 굴 풀로 불림.

 

17. 유황 동굴 (Sulphur Cave)

차단된 공기 중에서 식혀진 뜨거운 유황가스로부터 형성된 천연 유황 결정체의 예로서 절벽 위로 튀어 나와 있음.

 

18. 나코로 호수 폭포 (Lake Ngakoro Waterfall)

평원을 따라 오솔길을 걷다 보면 녹색의 나코로(할아버지라는 뜻) 호수 속의 바위에 떨어져 부서지는 폭포의 광경을 볼 수 있음. 폭포위 전망 지역으로부터 700년전 폭발로 인해 생성된 호수를 볼 수 있음.

 

19. 천연 숲속길 (Native Bush Walk)

숲 자락의 끝에 산등성이를 따라 난 길로 높은 나무 덮개와 자연적인 물의 흐름은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튜이(Tuis)와 벨새(Bellbirds)에게 좋은 서식처를 제공함.

 

20. 유황 둔덕 (Sulphur Mound)

산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개미언덕 같은 것을 지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유황의 둔덕임. 이 둔덕은 지하수로 인해 형성되었음. 

 

21. 샴페인 풀 (The Champagne Pool)

이 온천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지름이 65m, 깊이가 62m에 달함. 온도는 74도이고 거품은 이산화탄소에 의해 생성된 것임.

 

22. 지옥 분화구 (Inferno Crater)

이 분화구는 바닥에 세차게 끓는 진흙 풀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의 기록에는 20m 높이의 분출을 한 적이 있음.

 

23. 새의 둥지 분화구 (Bird's Nest Crater)

찌르레기, 제비 등의 새 둥지가 분화구 벽 구멍 속에 있음. 분화구의 열이 이 새들의 알을 부화시킴.

 

24. 유황 동굴 (Sulphur Cave)

이 동굴에는 분출구 상단의 오른쪽 벽에 유황 결정이 아름다운 형태로 형성되어 있음.

 

25. 악마의 목욕탕 (Devil's Bath)

이 곳은 놀라운 천연의 물 색깔을 보이는, 크고 울퉁불퉁한 모서리를 가진 분화구임.

 

와이오타푸로부터 타우포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남쪽으로 몰았다. 타우포 호수로 가는 길에 위치한 후카 폭포(Huka Falls)와 타우포 번지(Taupo Bungy)를 먼저 둘러볼 생각이었다. 타우포 근처에 거의 이르렀을 때 '후카 폭포'를 안내하는 이정표를 따라서 이동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후카 폭포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피크닉을 온 듯한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다행히도 후카 폭포를 보기 위해서 입장료를 내지는 않아도 되었다.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후카 폭포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강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위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보는데 유속이 장난이 아니어서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칠게 흘러가는 급류에 저절로 탄성이 일었다. 게다가 물 색깔이 하늘색이어서 청량감이 끝내 준다. 이 강은 와이카토(Waikato) 강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강으로 타우포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한참을 급류에 정신을 뺐기고 있다가 후카 폭포를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 계속 걸었다. 강물이 흘러 가는 방향을 따라서 조금 내려가니 후카 폭포가 눈에 들어 왔다. 폭포의 낙폭이 크지는 않지만 급류에서 이어지는 폭포수의 우렁찬 소리와 하얀 물보라, 하늘색 강물과 뒤엉켜 있는 흰 물거품이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HD동영상으로 담아 보았다.

  

후카 폭포를 보고 길을 돌아 나오는데 후카 폭포를 전망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 왔다. 먼 거리에서 다시 한번 보기 위해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저 멀리 와이카토 강과 후카 폭포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 온다. 자세히 보니 폭포 아래의 급류에서 래프팅을 하고 있는 고무보트도 보인다. 참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후카 폭포를 뒤로 하고 타우포 번지(Taupo Bungy, 47m)를 찾아 차를 몰았다. 여기는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이 실제로 번지 점프를 한 곳은 아니고 번지 점프를 하러 가는 길에 예매를 하러 들렀던 곳에 있던 광고물에만 나왔던 곳이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영화속 장면을 찾아 봤는데 아래의 장면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장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촬영지라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이것도 고도의 상술인가?

 

상술 여부를 떠나서 타우포 번지가 위치한 곳의 풍광은 정말로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어떻게 강물 색깔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와이카토 강은 정말로 딱 내 스타일이었다. 내가 뉴질랜드에 오기 전부터 '카와라우 다리 번지(Kawarau Bridge Bungy)'에서 번지 점프를 하리라 마음 먹지만 않았더라도 이 곳에서 기꺼이 번지 점프를 했을 것이다. 번지 점프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열심히 사진질에 전념했다.

 

 

오늘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타우포 호수(Lake Taupo)에 도착했다. 호수의 크기가 싱가포르와 맞먹는다는데 정말 크기는 크다. 호수를 따라서 도로가 쭉 뻗어 있고 길가에 점점이 늘어서 있는 상점과 호텔 등이 주변과 너무나도 조화로운 것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오늘따라 햇살은 왜 이리도 눈 부신지 마냥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며 호숫가를 따라 거닐었다.

 

호숫가에 늘어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 벤치가 놓여 있고 벤치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남들이 먹는 것을 보니 왠지 나도 분위기를 내보고 싶다는 문득 들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친한 동생이 뉴질랜드에 가면 맥도날드에서 키위(Kiwi)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던 생각이 들어 맥도날드로 발길을 향했다. 주문대 앞에서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으나 키위 햄버거를 찾을 수 없었다. '에이 설마했는데 역시나 없군'하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려 그냥 나왔다. 맥도날드 바로 옆에 있는 서브웨이에 들어가 햄치즈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나왔다.

 

큰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한적한 벤치를 골라서 자리를 잡고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비록 혼자이긴 하지만 나름 운치가 끝내준다.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주변으로 청둥오리들이 모여들었다.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비둘기처럼 행동한다. 신기해서 청둥오리 사진을 몇장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눈에 익은 작은 새가 보였다. 아니 저것은 참새가 아닌가? 왠지 참새는 우리나라의 텃새일 거 같은 느낌인데 뉴질랜드에서 보게 되니 반갑기도 하면서도 참 희한하다.

 

아침에 호텔을 나서면서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발랐는데도 불구하고 작렬하는 태양에 얼굴이 익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공해가 없어서 그런지 한국보다 하늘 색이 더 파랗고 햇빛의 강도도 훨씬 강한 거 같다. 잠시 차에 들어가 2차로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발라 주었다.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자외선 차단제로 중무장을 하고 다시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들어갔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타우포에서 1박을 하려고 했으나 호텔방이 없어서 예약을 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타우포 호수를 보니 미련이 더욱 크게 남았다. 떠나기 싫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타우포를 떠나 호텔이 위치한 로토루아로 돌아왔다. 오늘은 로토루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저녁은 뉴질랜드산 소고기로 만들어 진 스테이크를 먹고 로토루아 호숫가에서 맥주 한 캔 하기로 마음 먹었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맥주 한 캔을 사려고 주유소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헐, 그런데 술을 팔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면서 점원에게 어디서 맥주를 살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대형마트에 가야 한다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PAKnSAVE가 보인다. 그동안 지나 다니면서 '저기는 도대체 뭐하는 곳일까?'하고 궁금해 하던 그 곳이 바로 대형마트였던 것이었다. PAKnSAVE에 가서 맥주 한 캔과 땅콩을 샀다.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근처에 있는 MAC's Steaks라는 이름의 스테이크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혼자여서 없어 보일까 봐 NZD $38의 스테이크에다가 NZD $12.5의 오늘의 수프도 주문했다. 미국식 스테이크를 생각하고 고기를 '미디엄 웰던'으로 익혀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나온 스테이크를 보니 이건 거의 '토스트' 수준이다. 다음부터는 피 좀 보이더라도 '미디엄'으로 시켜 먹어야 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저녁 식사후 호텔에 들어와 아까 사 두었던 맥주와 땅콩을 챙겨서 로토루아 호숫가로 나섰다. 날은 이미 컴컴하고 호숫가의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다. 오늘따라 밤바람이 왜 이렇게 찬지 호숫가 주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쌀쌀해도 로토루아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그냥 포기할 수는 없다. 휑한 호숫가 벤치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는데 칼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최대한 분위기를 내 보려고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안주 생략하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끝에 결국 5분도 못 버티고 자리를 일어서고 말았다. 아, 썰렁한 로토루아의 마지막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