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여행

[6일차] 오클랜드를 내려다보다 (12.22)

늘푸르른나 2010. 2. 18. 18:33

내일(12.23)은 오전 11시에 오클랜드(Auckland)를 출발하여 퀸스타운(Queenstown)에 도착하는 JetStar 비행편을 이용하여 뉴질랜드 남섬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미리 오클랜드로 이동하여 오클랜드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정들었던 로토루아를 떠났다.

 

3시간여를 운전하여 오클랜드에 도착했더니 시간은 벌써 2시를 넘어 섰다. 호텔로 가기 전에 다운타운 가까운 곳에 있는 에덴 동산(Mount Eden)을 찾아 갔다. 차를 이용해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너무나 편하다. 정상에 올라 서니 오클랜드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산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으나 오클랜드가 워낙 평지 지형이다보니 탁 트인 시야가 청량감을 안겨 줬다. 사방을 둘러 봐도 산은 보이지 않고 높은 지형이라고 해봤자 동산 정도가 몇 군데 보일 뿐이다. 이제까지 봐왔던 뉴질랜드 북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운타운 지역은 여느 대도시처럼 고층 빌딩들이 솟아 있지만 다운타운을 벗어난 지역은 녹지 공간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잘 가꾸어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덴 동산에서 내려와 호텔로 향했다. 오늘 묵을 호텔은 4일전에도 묶었던 Quest 호텔이다. 호텔에 도착했는데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이 남아 도는 관계로 오늘은 거금 NZD $15 짜리 24시간용 인터넷을 신청해서 사용했다. 뉴질랜드 남섬에 도착해서의 일정을 대충 짰는데 아직 6시도 되지 않았다. 뭔가 의미있는 곳을 좀더 둘러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오클랜드에서 가 볼만한 곳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유럽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데본포트(Devonport)가 눈에 들어온다. 항구에서 봤던 페리도 한번 타볼 겸해서 데본포트에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오클랜드 항구에서 데본포트행 왕복 티켓을 NZD $10에 구입하고 1번 부두로 들어섰다. 내가 타게 될 페리는 요렇게 생겼는데 꽤 날렵해 보인다.

 

부두와 페리를 기다리는 출입구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부두와 비교했을 때 깨끗했다.

 

 물위에 떠 있는 힐튼 호텔의 모습이다. 호텔을 떠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들이 내게는 아슬아슬해 보였다.

 

7시에 출발하는 페리에 탑승했다. 데본포트가 가까워 질수록 데본포트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빅토리아 동산(Mount Victoria)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15분여 만에 데본포트에 도착했다. 데본포트의 거리는 한적하고 소담스러웠다.

 

눈을 돌려 바다를 바라봤더니 유난히 많은 요트들이 눈에 띈다. 오늘이 무슨 동호회 정기모임이 있는 날인 듯 싶다.

 

빅토리아 동산에 오르기 위해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동산에 사람들이 오르내린 듯한 흔적이 있는 것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지름길인 듯 싶었다. 경사는 60도 정도로 약간 가파른 듯 싶은데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아 걸어서 올라갈 만한 것 같아 동산 등반을 시작했다. 워낙 등산에는 자신이 있는지라 껑충껑충 거침없이 발을 내디뎠더니 5분만에 동산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에서 둘러보니 차로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도로는 동산을 따라 나선형으로 나 있어서 도로를 따라 걸어 왔으면 한참을 고생할 뻔했다. 사소한 일에 또 뿌듯해 진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높은 건물은 없고 나무와 함께 예쁜 집들이 점점이 늘어서 있는 것이 참 살기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정상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해가 지면서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석양을 보니 작가 본능이 다시 살아났다. 좀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주변이 어두워 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스용차 한 대가 굉음을 내면서 나타났다. 차에서 2명의 남자가 내리는데 차림새가 완전히 양아치다. 그 둘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내 옆에 있는 벤치로 다가왔다. 그분들과 엮여 봤자 좋을 일 없을 듯하여 최대한 모른 체하며 사진에만 집중했다. 벤치에 앉아 있던 그들 중 한명이 뭐라고 말을 한다. '설마 나보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하며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은 소리를 몇 번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 보았다. 그랬더니 나를 보고 뭐라고 얘기한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 들었는데 내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뭐라고 하는 것이 '사진을 찍어 줄까?'하고 묻는 것이 었다.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것이 'No, thanks'라는 말이 안 나온다. 그는 벌써 벤치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괜히 기분 나쁘게 해서 좋을 거 없을 듯 하여 내키지는 않았지만 카메라를 건냈다. 그가 카메라를 받아 들면서 나보고 North Korea에서 왔냐고 묻는다. 헐, 왠 North Korea? 아무래도 내가 입은 옷이 문제였던 것 같다. 컨버스 점퍼의 별 문양이 인공기 문양처럼 보였나 보다. South Korea라고 바로 정정해 줬다.

 

그가 사진을 한 장 찍어 줬다. 찍은 사진을 자기들끼리 보면서 굉장히 만족해 하더니 한 장을 더 찍어 주겠단다. 그가 또 한장을 찍어 줬다. 그리고는 굉장히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잘 찍었길래 저렇게 좋아할까?'하고 궁금했다. 최대한 밝은 미소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카메라를 돌려 받았다. 사진을 확인했는데 아래와 같았다. 예술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였는데 역시 한참 이상하게 찍어 놨다. 저 멀리 보이는 오클랜드의 스카이 타워가 피사의 사탑처럼 보인다.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마음에 드냐고 물어 왔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또 찍어줄 기세다. 떨떠름한 표정을 얼른 바꿔서 환한 미소와 함께 사진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해 줬다. 그가 뿌듯한 표정으로 자기 친구를 쳐다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자신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생각보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내가 외모만 보고 지나치게 경계했던 것일까?

 

그새 날이 많이 어두워 졌다. 8시 30분에 오클랜드로 출발하는 페리를 타기 위해 서둘러 빅토리아 동산을 내려왔다. 내려올 때 보니 내가 올라올 때 이용했던 코스를 개를 데리고 내려가는 현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라오면서 약간 찜찜했었는데 내가 길을 제대로 찾았던 거였다.

 

데본포트 항구 앞에서 오클랜드 다운타운을 바라보니 붉게 물든 노을이 정말 장관이었다. 배에 탑승할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찍기에 몰두했다.

 

페리를 타고 오클랜드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저녁 먹을 곳을 찾기 위해 뉴질랜드 해양 박물관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박물관 주변으로 부두를 따라서 각종 레스토랑들이 늘어 서 있는데 모든 곳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어 사진만 몇 장 찍고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결국 저녁은 만만한 샌드위치로 때웠다. 이렇게 뉴질랜드 북섬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