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여행

[7일차]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에 발을 딛다 (12.23)

늘푸르른나 2010. 2. 20. 15:18

뉴질랜드 북섬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관계로 뉴질랜드 북섬을 떠나는 것이 아쉬움 보다는 후련함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번 여행길의 가장 중요한 일정인 번지 점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한시라도 빨리 뉴질랜드 남섬에 가고 싶었다. 아침부터 영화속 장면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11시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추기 위해 8시 20분에 방을 나섰다. 국내선에다가 좌석까지 예매할 때 지정했던 관계로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으나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데 길을 못 찾고 2시간 동안 헤맸던 기억이 뼈아프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나를 서두르게 만들었다. 지난번에 이 호텔에 묵었을 때 인터넷 요금을 내지 않는 횡재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난밤에 사용한 인터넷 요금도 혹시 어물쩍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체크아웃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림없었다. 칼 같이 NZD $15이 청구됐다.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호텔을 출발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옆 좌석에 지도를 펼쳐 놓고 공항 가는 길을 찾아 차를 몰았다. 어젯밤에 열심히 예습한 덕분인지 순조롭게 공항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더욱이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정표가 있어서 지도 없이도 이정표만 따라가면 쉽게 공항으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공항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에 들려 기름을 가득 채웠다. 뉴질랜드에서는 모든 주유소가 Self 주유 방식이다. 기름을 넣은 다음에는 점원에게 가서 주유기 번호를 알려 주면 계산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좀 낯설던 것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다.

 

30분도 안 걸려서 공항에 도착했다. JetStar 항공 부스를 찾아 체크인을 했다. JetStar는 저가 항공사인데 한번도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약간은 불안했다. 신기하게 JetStar 전용 탑승구가 있다. 탑승구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비행 탑승 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소일거리를 찾다가 3대의 인터넷 PC를 발견했다. 그런데 벌써 아이들에 의해서 PC는 모두 사용중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이들이 떠나지 않아 뭘 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았다. 이런 젠장,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을 한창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가 떴다. 이제 남자 승무원이 써빙 보는 거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저가 비행기는 음료 서비스가 없었다. 대신 음료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돈을 받고 팔았다. 그걸 또 돈 주고 사 먹는 승객들이 있었다. 신기했다. 2시간 만에 비행기가 사뿐히 퀸스타운(Queenstown) 공항에 내려 앉았다. 공항에 있는 AVIS 카운터에서 예약해 두었던 차 키를 받아서 나왔다. 이번에는 오클랜드에서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GPS Navigation도 함께 빌렸다.

 

공항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햇살이 너무나 눈부셨다. 공항 건물은 아담했지만 높은 산들에 의해 둘러쌓여 있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는 것 같아 너무나 설레였다.

 

헤리티지(Heritage) 호텔에 도착했다.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호텔이다. 체크인하고 배정 받은 방을 찾아 갔다. 내심 호수가 보이는 뷰를 기대했었는데 숲이 보이는 위치에 있는 방이었다. '조용하면 됐지 뭐'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았다.

 

호텔 방에서 퀴스타운에서 보낼 구체적인 일정을 정했다. 내일은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Milford Sound Cruise)를 하고 모레는 마운트 쿡(Mount Cook)에 가서 타스만 빙하 투어(Tasman Glacier Explorer)를 하기로 했다. 둘 다 인원 제한이 있으므로 예약이 필요했다. 예약을 하러 퀸스타운에 있는 iSite를 찾아 갔다. iSite는 관광 안내소에 해당하는 곳인데 단순히 관광 안내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약 대행까지 해 주었다. 근무하는 직원이 3명이나 되었다. 친절한 아가씨를 통해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는 NZD $70, 태즈먼 빙하 투어는 NZD $130을 지불하고 예약을 마쳤다.

 

오늘은 가볍게 퀸스타운을 둘러 보기로 했다. 먼저 퀸스타운 가든(Queenstown Gardens)으로 발길을 옮겼다. 뉴질랜드에서 자주 보게 되는 퀄마크(Qualmark, 나뭇잎 모양으로 국가에서 인증한 관광 상품임을 의미함)가 가든 한쪽 입구에 서 있었다.

 

공항에서는 그렇게 파랗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두워 지더니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대했던 남섬에서의 첫날인데 비가 오다니... 우울했다. 비가 온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 나무 밑으로 몸을 피했다가 빗줄기가 좀 약해지면 다시 이동하는 식으로 가든을 둘러 보며 사진에 담았다. 날씨가 좋았으면 보다 좋은 그림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퀸스타운 시내를 둘러 보았다. 저 멀리 퀸스타운의 명물인 스카이라인 곤돌라가 보였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 보고 싶었으나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은 관계로 후일을 기약했다. 가는 길도 확인할 겸 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 보았다.

 

저녁 먹을 곳을 찾으면서 퀸스타운 시내를 거닐었다. 시내 전체를 걸어서 구경해도 힘들지 않을 만큼 아담한 도시다.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면서도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뉴질랜드에서 운전하다 보면 교차로에서 만나게 되는 라운더바우트(Roundabout)를 퀸스타운에서도 발견하여 사진에 담아 봤다. 차량이 많지 않은 소도시에는 교차로에 신호등 없이 중간부분을 둥그런 원으로 표시해 놓은 곳이 많은데 이 것을 라운더바우트라고 한다. 이게 처음에는 굉장히 생소하지만 나름 적응되고 나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규칙은 단순하다. 교차로에 진입할 때 항상 나를 기준으로 우측 편의 차가 우선 진입하도록 되어 있고 진입한 차는 원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다가 원하는 방향으로 빠져 나가면 된다. 이게 누가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비양심적으로 운전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운전자들이 철저하게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방식을 우리나라에 도입했을 때에도 잘 지켜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올시다'였다.   

 

시내를 둘러보다가 한국 식당이 보여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갔다. 식당 이름은 Kim's Korean Restaurant였다. 불고기 정식을 시켰는데 음식 맛이 괜찮았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한국 음식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밥맛이 꿀맛같다. 공기밥을 하나 더 추가해 먹었다. 나에게는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추가 공기밥 포함해서 음식 값으로 NZD $20을 지불했다. 현재 환율로 약 17000원 정도의 금액이다. 뉴질랜드에 있다 보니 우리나라의 음식 값이 얼마나 싼지를 절감하게 된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호텔에서 보이는 와카티푸 호수를 사진에 담았다. 아직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어서 그림이 영 안 나온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뉴질랜드 남섬 여행이 시작되는데 날씨가 걱정이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거야'라고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본다. 긍정의 힘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