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여행

[9일차] 남반구의 알프스 마운트 쿡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다 (12.25)

늘푸르른나 2010. 3. 1. 18:15

어제에 이어 오늘도 편도 260Km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만만찮은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내게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경험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이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가 최대의 명절인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날이다. 식당들은 물론이고 1년 내내 영업하는 관광 명소들도 크리스마스에는 쉴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운트 쿡(Mount Cook)에서 할 수 있는 타스만 빙하 투어(Tasman Glacier Explorer)는 오늘 한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차를 몰아 3시간여를 달린 끝에 마운트 쿡 근처에 있는 푸카키 호수(Lake Pukaki)에 도착했다. 연녹색의 호수 저편으로 만년설로 뒤덮여 있는 마운트 쿡이 시야에 들어왔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이 나를 설레게 했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타스만 빙하 투어까지는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푸카키 호수에서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테카포 호수(Lake Tekapo)로 차를 몰았다. 호숫가에 선한 양치기의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1935년에 호수 주변의 돌을 이용하여 지어진 교회라는데 내가 이제까지 봐왔던 교회 중 제일 작은 교회였다.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양몰이 개의 동상이 있었다. 양몰이 개(Collie Dog)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1968년에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동상이라고 하는데 양몰이 개의 위상이 사람 못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운트 쿡을 만나러 차를 몰았다. 마운트 쿡(Mount Cook)은 3754m의 높이로 주변에 3000m 이상의 고봉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남반구의 알프스(Southern Alps)라고 불리기도 한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마운트 쿡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마운트 쿡에 거의 도착했을 때 산등성이를 두르고 있는 구름띠를 볼 수 있었다. 마치 목도리를 두른 듯 산을 덮고 있는 구름띠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마운트 쿡의 유서 깊은 호텔인 헤미티지(Hermitage)에 도착했다. 헤미티지 호텔은 타스만 빙하 투어를 위해 모이는 장소였다. 빙하 투어를 출발하기 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호텔 주변의 경관을 사진에 담았다.

 

헤미티지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여분 정도를 이동하여 타스만 빙하 호수(Tasman Glacier Lake)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부터 타스만 빙하 호수까지는 걸어 가야 했는데 약 20분의 거리나 되어 적잖이 운동이 되었다.

 

드디어 타스만 빙하 호수에 도착했다. 이 호수는 빙하가 녹아 내린 물에 의해 형성된 호수인데 석회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회색 빛을 띠었다.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모터보트에 올라 탔다. 본격적으로 빙하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단체 기념 사진을 한장 찍었다. 물론 이 사진이 공짜는 아니었다. 개인별 독사진 한장과 단체 사진 한장에 무려 NZD $35씩이나 지불해야 했다. 

 

1시간 정도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의 이곳 저곳을 돌며 빙산을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만져 보기도 하였다. 호숫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했는데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녹지 않고 물위에 떠있는 빙산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은 전체의 10%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90%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니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났다. 중간 중간 이동하기 위해 모터보트가 고속으로 질주할 때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다. 

 

타스만 빙하 투어를 마치고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20여분간 걸어 가면서 주변의 경관을 사진에 담아 봤다. 약간 황폐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광활하다라는 느낌이 보다 강하게 들었다. 

 

마운트 쿡으로부터 퀸스타운으로 돌아오는 길에 넓은 목초지에서 특이한 모양의 살수기를 볼 수 있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쪽 끝을 고정하고 그 곳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물을 뿌리고 있었는데 참으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와라우 강을 따라 난 길에 접어 들자 하늘색 강물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목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에 담았다. 

 

퀸스타운에 돌아오니 시간은 저녁 8시 30분을 넘어섰다. 그런데 서머 타임제가 적용되어서 그런지 아직도 한낮같이 환하기만 했다. 저녁을 뒤로 미루고 호숫가를 따라 거닐며 사진 찍기에 몰두했다.

 

저녁 먹을 곳을 찾아 시내를 돌아 보는데 크리스마스여서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맥도날드,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도 문이 닫혀 있었다. '고래등'이라는 한국 음식점이 눈에 띄어 들어 가 보았더니 다행히 영업중이었다. 음식점은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영업하는 곳이 거의 없으니 그도 그럴 수 밖에. 사장님 말씀이 한국 음식점들 말고는 크리스마스에 문 여는 음식점이 없다고 한다. 여행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참 우리나라 사람들 부지런하다. 덕분에 나는 크리스마스에 저녁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