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여행

[11일차] 눈부신 퀸스타운을 가슴에 새기다 (12.27)

늘푸르른나 2010. 3. 8. 16:57

퀸스타운(Queenstown)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후 2시 45분 비행편으로 시드니로 떠날 예정이기 때문에 퀸스타운에서 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비가 계속 와서 제대로 사진도 못찍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서둘러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와카티푸 호숫가로 달려갔다. 그동안 마음만 먹고 하지 못했던 호숫가 산책로를 걸어 보기 위함이었다.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하늘은 잔뜩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먼 하늘부터 파란 하늘이 수줍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부두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지만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퀸스타운 명물 중의 하나인 언슬로우(Earnslaw) 증기선을 발견했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부둣가 산책을 마치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새 파란 하늘은 좀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와카티푸 호수를 푸르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내 기분도 함께 푸르러 졌다. 

 

스카이라인 곤돌라(Skyline Gondola)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곤돌라 탑승권 가격이 NZD $23인데 점심 부페가 포함된 가격은 NZD $47이었다. 퀸스타운에서의 마지막 시간인 만큼 근사하게 보내기로 마음먹고 점심 부페가 포함된 곤돌라 탑승권을 구입했다. 

 

곤돌라가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느덧 파랗게 개어 있었고 퀸스타운은 따스한 햇볕에 물들어 있었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눈부신 퀸스타운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 졌다. 와~.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잦은 비로 내 애간장을 그렇게 태우더니 이런 완벽한 아름다움을 마지막에 선사하기 위해 그랬었나 보다. 하늘, 구름, 물, 그리고 땅이 이보다 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가 있을까 싶었다. 

 

 

전망대 바로 아래쪽에는 번지 점프대가 있었다. 산 정상에서 뛰어 내리는 번지 점프라... 어제 카와라우 다리에서 했던 번지 점프의 기억이 아직 내 몸에 뚜렷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몸이 짜릿하게 떨려 왔다. 이 번지 점프대도 AJ Hacket이 만든 것이었는데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와라우 다리에서는 번지 점프를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지만 이곳에서는 한참을 기다려도 번지 점프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점심 부페 시작 시간인 12시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직원들의 서빙하는 태도나 음식의 수준이 최고급 호텔 수준이었다. 게다가 레스토랑의 전망도 예술인지라 식욕이 마구 솟구쳐 올랐다. 이런 좋은 곳에 혼자 와 있다는 것만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2시 45분 비행기로 시드니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제 그만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너무너무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드니행 Qantas 항공편에 탑승했다. 보통 탑승수속할 때 통로쪽 자리를 달라고 해서 배정받고는 했었는데 이번에는 선호하는 자리를 물어 보지도 않고 그냥 배정해 줬는데 비행기에 탑승하고 보니 창가쪽 자리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자리가 아닌지라 처음에는 좀 탐탁치 않았다. 비행기가 지면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창밖을 내려다 보는데 '오호 멋진 걸'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인터넷에서 본 뉴질랜드 남섬 여행 정보에서 비행기를 탈 때에는 반드시 창가쪽에 앉을 것을 권장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오르며 맞장구를 치게 되었다. '아하 이래서 창가에 앉으라고 했던 거였구나...' 완전히 횡재한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뉴질랜드를 벗어나 태평양 상공을 날 때까지 항공 촬영에 열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줄 몰랐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남태평양은 또 하나의 하늘이었다. 물빛은 하늘빛을 그대로 닮아 있었으며 점점이 흩뿌려져 있는 구름은 푸른빛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3시간만에 비행기가 시드니에 내려앉았다. 공항건물을 빠져 나왔는데 시내 중심에 있는 호텔까지 갈 일이 깜깜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렌터카로 편하게 다녔는데 이제부터는 대중교통과의 씨름을 벌여야 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는데 저쪽편에 서있던 아저씨가 내게 다가 오더니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Radisson 호텔이라고 했더니 AUD $14에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 아저씨가 이끄는 곳으로 갔더니 굉장히 낡은 소형 봉고차 하나가 서 있었고 3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안내책자에서 봤던 KST(Kingsford Smith Transport) 버스였다. 안내책자에 5~6인승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로 아담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라는 시드니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어서 적잖이 실망했다.

 

버스 운전사는 한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한 10분을 기다렸는데 더이상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그제야 출발했다. 다른 승객들을 호텔에 다 내려준 다음에 마지막으로 Radisson 호텔 앞에 도착했다. 전혀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으니 다행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2층의 방을 배정받았다. 방에 가 봤더니 창밖은 벽으로 막혀 있었으며 방 앞쪽에 환풍기 시설이 있어서 소음이 신경을 거스를 정도였다. 3일간 묶어야 하는데 완전히 꽝이었다.

 

저녁도 먹고 주변도 둘러볼 겸해서 Town Hall과 QVB(Queen Victoria Building)까지 George Street를 따라서 걸었다. 가까운 곳에 China Town이 있어서 그런지 시드니의 중심가라는 George Street은 중국인들로 넘쳐 나고 있었다. '내가 상해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도로는 좁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서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 많이 묻어 났다.

 

저녁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부터의 여행 일정을 짤 생각이었다. 노트북을 인터넷 케이블에 연결했는데 다행히도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계속 유료로 인터넷을 사용했었는데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워낙에 비 때문에 고전했던 관계로 내일의 날씨부터 체크했다. 그런데 내일 오전에 비가 예보돼 있었다. 시드니에서의 본격적인 여행 첫날부터 김이 새 버렸다. 내일은 그냥 시드니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