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 여행

[12일차] 하버 브리지를 만나다 (12.28)

늘푸르른나 2010. 3. 13. 18:59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걷고 날씨부터 확인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예보된 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김이 새 버렸다. 비가 오는 관계로 오늘은 호텔에서 가까운 달링 하버(Darling Harbour) 주변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두 종류의 투어버스(Sydney Explorer, Bondi Explorer)와 시내버스, 지하철, 페리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SydneyPass를 구입하려고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대로 QVB(Queen Vicotria Building) 옆에 있는 TransitShop을 찾아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있어서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검정색 무지의 2단 우산을 하나 샀다. AUD $10(약 11000원)이나 주고 샀는데 펼쳐 보니 굉장히 부실해 보였다. 짚이는 것이 있어 제조국을 찾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Made in China'였다. 우이씨, 이런 걸 이렇게 비싸게 팔아 먹다니...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이었다.

 

성 앤드류 성당(St Andrew's Cathedral)과 Town Hall 건물을 지나 QVB(Queen Victoria Building)에 도착했다. QVB의 옆에 있는 TransitShop을 찾아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헉, 월요일인데도 문을 열지 않다니 좀 이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운 곳에 있는 신문 가판대에 가서 SydneyPass를 살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주인 아저씨는 중국계였는데 SydneyPass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괜히 SydneyPass에 대해서 영어로 설명하느라 진땀만 뺐다.

 [성 앤드류 성당]

[Town Hall] 

 

일단 QVB(Queen Victoria Building)의 내부를 둘러 보기로 했다. QVB는 1898년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물인데 그 길이가 190미터에 이르러 하나의 구역을 다 차지할 정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딱 박물관인데 백화점 건물이었다. QVB 안에는 대형 시계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건물 중앙에 큰 홀이 위치하고 그 홀 외곽으로 매장들이 위치해 있는 구조가 참으로 특색있었다.

 

27개의 시드니 시내 주요 관광 명소를 순환하는 Sydney Explorer(빨강색 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QVB 맞은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Sydney Explorer에 올라타면서 버스 운전사에게 3일짜리 SydneyPass를 살 수 있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살 수 있다고 하며 3일짜리 SydneyPass의 가격이 AUD $115라고 했다. 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현금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만한 현금이 없는데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버스에서 내렸다.

 

주변을 둘러 봤더니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ATM 머신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서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현금서비스로 AUD $150을 찾았는데 수수료가 AUD $3이나 붙었다. 수수료가 무지하게 아까웠다.

 

다시 Sydney Explorer에 올라타서 현금 AUD $115를 주고 3일짜리 SydneyPass를 구입했다. 한쪽면에 마그네틱 테이프가 붙어 있는 종이 재질의 카드였다. 운전석 바로 옆과 출입구 쪽에 각각 녹색의 티켓 리더기(공중전화 크기만한)가 있었는데 티켓 리더기에 SydneyPass를 밀어 넣었더니 체크가 끝나고 도로 튀어 나왔다. SydneyPass를 집어 들고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달링 하버(Darling Harbour)에서 버스를 내렸다. 호주 국립 해양 박물관(Australian National Maritime Museum)에 들어가 봤는데 입장료가 있어서 그냥 나왔다. 

 

항구에는 오래된 범선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시드니를 처음 발견했다는 James Cook 선장의 배(Endeavour호)를 복제해 놓은 것이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배의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Cook 선장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인가 보다. 뉴질랜드에서 제일 높은 산(Mount Cook, 3754m)의 이름도 Cook 선장의 이름을 딴 것이었으니 말이다.

 

필몬트 브리지(Pyrmont Bridge)를 건너 맞은편에 있는 시드니 수족관(Sydney Aquarium)으로 이동했다. 비도 오고 해서 수족관이나 둘러볼 생각이었다.

 

수족관 가는 길에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줄이 한 200m는 넘어 보였는데 어디서부터 시작된 줄인지 따라가 보니 수족관에 입장하기 위해 늘어선 줄이었다. 헐, 수족관 관람은 다 글렀다.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의아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시드니 수족관쪽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니 시드니 컨벤션 센터(Sydney Convention Centre)가 보였다. 그 외에도 달링 하버 주변에는 IMAX 영화관, 동물원(Wildlife World), 각종 레스토랑 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잘 꾸며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달링 하버 주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허기를 느낀 나는 Subway에서 샌드위치로 늦은 아점을 해결했다.

 

달링 하버 근처에는 중국 정원(Chinese Garden of Friendship)도 있었다. 우리로 얘기하면 삼성동 한복판에 있는 셈인데 굉장히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이 정원은 호주에서 중국과의 우호 증진을 위해서 만든 정원이라고 한다. 광물 수출이 국가의 주요 수입원인 호주 입장에서는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이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호적인 정책들을 편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해서 시드니에 많은 중국인들을 받아 들였다고 한다. 내가 시드니에서 유난히 중국인들이 많다고 느꼈던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정원 근처에 있는 Sydney Explorer 정류장에서 버스를 다시 잡아타고 시내를 한바퀴 돌면서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1시간 30여분만에 처음 버스를 탔던 QVB 앞까지 돌아왔는데 시드니 시내가 생각보다 굉장히 아담했다. 이 정도면 걸어 다녀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니 왠만한 곳은 오히려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QVB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하이드 파크(Hyde Park)까지 걸었다. 하이드 파크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비교적 큰 공원인데 길 건너편에는 성모 마리아 성당(St Mary's Cathedral)이 위치해 있었다. 공원 중심부에는 인상적인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었고 궂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하이드 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가 있었다. 내친 김에 걸어서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시드니 병원(Sydney Hospital)이 있었는데 건물이 병원같아 보이지 않았다. 병원앞에 있는 멧돼지 동상은 포토존으로써 인기가 많았다.

 

하이드 파크에서 걷기 시작한지 30여분 만에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큘러 키(Circular Quay)에 도착했다. 

 

부둣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부둣가를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일인가 둘러봤더니 하버 브리지 아래로 대형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헉, 우째 이런 일이... 정말 장관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배가 다리 밑으로 지나갈 수 있는지 정말 신기했다. 현지 사람들도 저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배의 크기를 가늠해 보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 옆을 지날 때 사진을 찍어 봤는데 거의 오페라 하우스 크기와 맞먹을 정도였다. 

 

하버 브리지 밑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하버 브리지를 가까이에서 보니 문득 다리를 걸어서 건너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다리 진입로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다리 진입로를 찾아 가는 길에 Sydney Harbour Bridge Visitor Centre가 있어 들어가 봤더니 말로만 듣던 Bridge Climb을 하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Bridge Climb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Sydney Harbour Bridge Visitor Centre를 나와 계속 길을 재촉하는데 재밌는 모양의 아파트를 발견했다. 무슨 블록을 쌓아 놓은 것처럼 아기자기한 모양이 참으로 신선하여 사진에 담아 봤다.

 

드디어 하버 브리지 진입로에 도착하여 보행자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뛰어 내린 사람이 많았는지 보행자 통로는 높은 철망으로 둘러쳐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오페라 하우스는 약간의 각도 변화에도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다. 확실히 참 잘 만든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15분 만에 다리 건너편에 도착했다. 오페라 하우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지역 중의 하나인 밀슨스 포인트(Milsons Point) 주변은 빌라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정말로 천혜의 위치에 지어졌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많이 부러웠다. 

 

밀슨스 포인트에 도착했다. 밀슨스 포인트에서 바라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는 그 나름대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계속 걸었더니 피로가 밀려왔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6시를 넘어서 마지막 Sydney Explorer 버스도 이미 지나간 후였다. 건너올 때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하버 브리지를 다시 걸어서 건너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까운 버스 정거장이나 지하철역을 찾아 보았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낙심을 하고 있던 차에 가까운 곳에 페리 선착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이동산인 Luna Park 바로 앞쪽이었는데 서둘러 선착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머지않아 달링 하버로 출발하는 페리가 있었다. SydneyPass로 페리도 탈 수 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써먹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은 나름 알차게 SydneyPass를 사용한 것 같아 뿌듯했다. 선착장에서 보이는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사진에 담아 봤다. 

 

페리를 탄지 20여분 만에 달링 하버에 도착했다. 페리에서 바라본 달링하버는 현대식 건물들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었는데 시내 중심부에서 오래된 유럽풍의 건물들을 종종 보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여러모로 봤을 때 달링 하버는 서울의 삼성동과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달링 하버에 내리고 보니 아침에 못 가 봤던 시드니 수족관에 가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SydneyPass를 보여주고 15%를 할인 받아 AUD $27.15에 수족관 입장권을 구입했다.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나름 큰 기대를 하고 들어가 봤는데 결론은 '괜히 왔어'였다. 코엑스몰에 있는 수족관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호텔 맞은 편에 있는 '민영토'라는 이름의 한국 식당에 들려 낙지볶음 정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간만에 한식을 먹었더니 배부르고 속도 편했다. 너무나 피곤도 했거니와 내일은 블루 마운틴을 둘러볼 예정이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