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이탈리아]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 아말피 해안 - 소렌토

늘푸르른나 2011. 9. 26. 08:00

이탈리아 남부의 소렌토(Sorrento)에서 살레르노(Salerno)까지 약 50Km에 이르는 아말피(Amalfi) 해안은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소렌토에서 살레르노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로는 에머랄드빛 지중해를 옆에 끼고 30미터 이상되는 해안 절벽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단 5미터도 곧게 뻗은 도로가 없을 정도로 급 커브가 심해서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말피 해안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굽이치는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다.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 곳곳에서 차를 세우고 멋진 경관을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드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버스를 타고 갈 경우에는 아쉬움에 군침만을 흘릴 수밖에 없다. 한편, 아말피 해안을 따라 자리잡은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등의 도시들도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소렌토는 유명한 이탈리아 가곡인 '돌아오라 소렌토로'로 오래 전부터 나에게 친숙한 곳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죠스'라는 별명을 가진 독특하신 음악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께 1년 동안 배운 곡이 단 2곡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돌아오라 소렌토로'였고 나머지 하나가 '오 솔레미오'였었으니 소렌토가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하겠다(덕분에 난 아직도 이 2곡을 이탈리아 가사로 외우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의외로 소렌토라는 이름이 이탈리아의 도시 이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솔레미오'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몇 년 전에 생겼으니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웠던 단 2곡의 노래가 모두 레스토랑 이름으로 사용된 셈이다. 이런 특별한 우연이 또 있을까?

 

나폴리에서 사철을 타고 폼페이에 들렀다가 다시 사철을 타고 소렌토에 도착했다. 소렌토 역은 굉장히 작은 규모의 시골 역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역 밖으로 나왔을 때 기대했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지 않아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소렌토 역 맞은 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문제의 아말피 해안 도로를 운행하는 SITA 버스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소렌토를 둘러보러 역을 벗어나기 전에 버스 정류장과 버스 시간을 유심히 살펴 두어야 했다.

 

역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곳곳에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것이 휴양지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가까운 곳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향해 걷다가 큰 메기처럼 생긴 물고기를 발로 살포시 즈려밟고 있는 여인의 조각상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자태가 너무나 우아했다.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 보다가 내가 서 있는 곳이 한 호텔의 테라스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조용히 돌아 나와야 했다. 

 

호텔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풍경들. 

 

 

소렌토는 도시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굉장히 싱그러운 느낌이 묻어 나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호텔 정원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는데 멀리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넘쳐 흘렀다. 

 

 

 

 

 

 

 

소렌토는 기본적으로 해안 절벽 위에 도시가 조성되어 있어서 해변으로 가려면 이 절벽을 내려가야 한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래의 사진처럼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경사가 만만치 않아서 꽤 힘든 코스였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이런 모습의 도로가 이어졌다. 

 

 

관광객을 태우고 해변으로 향하는 트램 버스의 뒷모습. 힘들게 계단을 내려와 걸어가고 있던 나에겐 그저 그림의 떡처럼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해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다가 아닌 절벽에 절묘하게 지어진 그림 같은 호텔들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런 곳에 건물을 지었을까하는 놀라움과 함께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상으로 칠해진 벽면은 주변 경관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소렌토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들. 절벽 위에서 봤을 때는 그저 넓은 바다일 뿐이었지만 아래에서 보니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들이었다. 계단을 통해 힘들게 절벽을 내려온 수고를 일거에 잊게 해줄 만큼...

 

 

 

 

 

 

 

 

 

 

 

해안 절벽이다 보니 백사장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해수욕을 즐길만한 곳이 없는 것이 소렌토의 유일한 단점이었는데 그런 단점은 아래의 사진과 같이 바위를 쌓고 인공적인 해수욕 공간을 만듦으로써 극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녕 인간에게 한계란 없다는 듯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해수욕 공간은 해안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꽤 운치있는 모습이었다. 

 

 

해안 절벽 위에는 아래의 사진과 같이 작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해안 절벽 위에 마련된 야외 레스토랑. 일행만 있었으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혼자여서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소렌토 시내 곳곳의 풍경들.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개인적으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소렌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반가운 모습. 눈에 익숙한 국산 트럭이 굉장히 이국적인 곳에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굉장히 어색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합성한 사진을 보는 것처럼... 

 

소렌토 중심에 위치한 쇼핑가의 풍경들. 나무로 만든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가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귀여운 동물 모양을 하고 있는 벽걸이 시계는 정말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이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머지 여행 일정을 고려해 꾹 참아야만 했다.

 

 

 

사기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의 모습. 이런게 바로 소렌토 스타일이구나 하는 느낌을 이곳에서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마치 밝은 태양 빛을 한껏 머금은 해바라기와 같은 느낌이랄까...

 

 

 

 

소렌토에서 만난 과일 가게. 진열된 과일의 종류는 많이 달랐지만 우리의 과일 가게와 너무나도 닮아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은 화실의 모습. 그림 하나하나가 어찌나 이쁜지 모든 그림이 완전히 내 스타일이었다. 확실히 좋은 환경에서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사진에 담아 본 그림들. 이 그림을 구매하여 한국으로 배송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그림들이었다. 

 

 

4시간 남짓 머물렀던 소렌토이지만 그 인상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숙소를 예약해 두었던 아말피 해안의 또 다른 도시인 포지타노로 떠나면서 소렌토에서 하루쯤 머물다 가는 것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 여행 안내 책자에 달랑 한 페이지, 그것도 특별한 내용 없이 언급되어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소렌토는 충분히 기대하고 가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말피 해안이 시작되는 소렌토는 아말피 해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킴과 동시에 이탈리아 여행 중에 느꼈던 많은 불편함과 짜증들을 해소시켜 주었는데 이탈리아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처럼 내게는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