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이탈리아]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 아말피 해안 - 포지타노

늘푸르른나 2011. 10. 10. 08:00

아말피 해안이라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과거에는(정확하게는 중세 시대에는) 아말피 해안에 위치한 도시 중 하나인 아말피(Amalfi)가 이 지역의 중심 도시였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무게 중심이 옮겨지게 되었는데, 우리에게는(특히, 나에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포지타노(Positano)가 아말피 해안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서게 되었으며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도시가 되었다.

 

포지타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해안가 산비탈에 들어선 마을'이다. 소렌토에서 SITA버스를 타고 포지타노에 도착하면 산비탈의 정상 부근에서 내리게 되는데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버스에서 내려 해변가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그재그로 나 있는 좁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이 길을 걷다 보면 이 마을이 정말로 산비탈에 만들어진 마을임을 실감하게 된다.

 

소렌토에서 버스 시간을 잘못 파악하는 바람에 늦은 시간인 저녁 8시에 포지타노행 SITA버스에 올랐더니 포지타노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50분이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주위엔 벌써 어둠이 내려 있었고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예약해 둔 호텔(Vittoria)을 찾아 길을 재촉했다. 어찌 어찌 길을 헤맨 끝에 호텔을 찾기는 찾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도착한 곳은 호텔의 정문이 아닌 뒷문 앞이었다. 이 호텔은 특이하게도 정문이 맨 윗층에 위치하고 1층에 해당하는 곳에 뒷문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산비탈에 건물을 지은 특색이 그대로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성수기가 아닌 시점이어서 1박 비용이 13만원(조식 포함)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는데 호텔 방의 발코니에서 보이는 시원한 지중해의 전경과 깨끗한 시설 등은 웬만한 특급 호텔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더니 지난 밤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근사한 모습에 저절로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눈을 돌려 포지타노의 풍경을 바라봤을 때 산비탈에 들어선 아기자기한 집들과 에머랄드빛 지중해가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따스하고 사랑스러워 저절로 행복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호텔을 체크 아웃하고 포지타노 해변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호텔에는 포지타노 해변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있었는데 호텔 투숙객만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는 출입구가 잠겨 있었다. 체크 아웃하면서 미리 요청해 두었기 때문에 내가 그 출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문이 열려 있었다. 출입구 옆에는 조금은 왜소한 열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지중해의 풍광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포지타노 해변으로 이어지는 지름길. 이 길은 일반인에게는 통행이 허용되지 않는 길이었는데 20분 이상을 걸어서 내려가야 도착할 수 있는 해변에 단 5분 만에 도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포지타노 해변. 포지타노에는 2개의 해변이 있었는데 아래의 해변은 일반 관광객들은 잘 몰라서 호텔 투숙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변이었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늑함과 조용함이 장점인 해변이었다. 

 

   

 

 

 

 

 

 

 

 

 

 

약간은 사적인 해변과 대중적인 해변 사이에는 아래와 같이 근사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울릉도의 행남 해안 산책로를 걷는 듯한, 조금은 들뜬 기분을 느껴 볼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

 

 

 

 

드디어 시원스럽게 펼쳐진 포지타노의 메인 해변. 따스한 햇살에 에머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지중해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 눈 안에 들어왔다. 모든 잡념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아직은 해수욕이 이른 시기(내가 방문했을 당시가 5월임)여서 그런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약간은 거친 듯한 검은 모래의 백사장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해변의 한편에는 카프리행 배의 티켓을 판매하는 부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카프리(Capri)는 주로 나폴리나 소렌토에서 배를 이용하여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포지타노에서도 카프리행 배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해변을 감싸고 있는 포지타노의 마을 풍경들. 산비탈에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집들이 주변 경관과 참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과 함께 오묘함이 느껴졌다.

 

 

 

 

가까이에서 본 절벽 위의 집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도대체 어떻게 저런 곳에 집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변가에 늘어선 레스토랑들. 이곳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젤라토와 콜라를 주문해 먹었는데 에머랄드빛 지중해를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내는 그 시간이 꿈결처럼 너무나 행복했다. 자리를 정말 뜨기 싫을 만큼...

 

 

 

 

다음 행선지인 아말피(Amalfi)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이 있는 산 위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따라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길이 지그재그 형태로 나 있었는데 20분 이상을 걸어야 할 정도로 그 거리가 꽤 되고 오르막길이라 충분히 힘들만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 취해서 인지 상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었다.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레스토랑의 모습.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뭔가에 홀린듯이 다가가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던 길을 계속 재촉했다. 산에 들어선 마을답게 곳곳에 나무들이 즐비하여 싱그러움과 상쾌함이 함께 느껴졌다. 분명히 사람이 사는 마을인데 어쩜 이리 깨끗하고 조용할 수 있는지 여러모로 내게는 너무나 마음에 쏙 들었다.

 

 

 

 

 

 

 

 

SITA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SITA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아래의 사진과 같이 작은 버스 하나가 서 있었는데 이 버스는 바로 내가 걸어서 올라온 길을 운행하는 일종의 마을 버스였다. 이 버스를 타면 손쉽게 해변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직접 걸어 보는 것이 포지타노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SITA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은 산의 중턱쯤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 봤을 때 그곳에는 높은 산봉우리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밭과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전남 보성에서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녹차밭을 봤을 때나 남해의 다랭이논을 봤을 때 느꼈던 인간의 강인함 같은 것이 이곳에서도 느껴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다본 포지타노의 전경. 이건 그냥 한 폭의 수채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포지타노는 가히 아말피 해안의 백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남부 환상 투어라는 여행사 패키지를 통해 로마에서 당일치기로 폼페이, 소렌토를 거쳐서 잠시 들려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곳이 아닐 수 없으며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1박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왜 아말피 해안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 봐야 하는 곳인지를 포지타노는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었는데 포지타노는 나에게 언젠가 다시 한번 꼭 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