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비둘기낭(선덕여왕 촬영지)

늘푸르른나 2010. 5. 7. 23:55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서 천명공주가 독화살을 맞고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화면에 펼쳐진 에머랄드 빛의 물과 아름다운 경관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는 어디지? 우리나라에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하는 호기심에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고 그 곳이 경기도 포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중에 한번 꼭 가보리라 마음을 먹은 채 그냥 시간은 흘러갔다.

 

몇 십년 만에 월 평균 최저 기온을 보였다는 잔인한 4월이 가고 5월이 왔지만 계속 날이 흐려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따스한 햇살에 푸른 하늘까지 너무나도 화창한 날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어디로든 떠나야 할 것 같은 강박감에 쌓여 있을 즈음, 문득 선덕여왕의 촬영지가 떠올랐다.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정확한 장소부터 확인했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에 있는 비둘기낭 마을이었다. 비둘기낭이라는 명칭은 '비둘기가 많이 서식했던 낭떠리지'였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서 '비둘기낭'을 검색어로 입력했더니 쉽게 비둘기낭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약 80Km 정도 거리였는데 내비게이션 덕에 1시간 30분 정도 만에 어렵지 않게 비둘기낭 마을에 도착했다. '절골상회'라는 오래된 가게 뒤쪽으로 나 있는 '비둘기낭마을 1길'을 따라 200~300여 미터를 가니 콘크리트 다리가 나왔다.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려고 했는데 길이 너무 좋지 않아서 내 차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RV 차량이나 갈 수 있을까 내 차로 갔다가는 바닥을 다 긁어 먹을 거 같았다. 그래서 길가에 차를 주차해 두고 걸어서 이동 했다. 아래의 사진처럼 군데군데 진흙탕이 있는 길이었는데 어릴 적 시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길을 참으로 오랜만에 걸어 보았다.  

 

비둘기낭이 있음을 알려 주는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다음의 사진처럼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려 주는 표지판을 통해서 근처에 비둘기낭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정확하게 찾아가는 방법을 확인해 보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찾을 방법이 없을 뻔했다. 주변에는 인적도 드물어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선덕여왕 촬영팀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연출팀에 이 곳 출신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 오른쪽으로 작은 비탈길이 하나 나 있었는데 얼핏 봐서는 사람이 다니는 길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근처에서 폭포 소리는 들리는데 다른 길은 눈에 띄지 않아서 속는 셈 치고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비탈길의 모퉁이를 돌아 섰더니 눈앞에 계곡이 들어 왔다. 신록의 계절답게 연둣빛 나뭇잎들이 싱그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갔더니 드디어 비둘기낭이 눈앞에 펼쳐졌다. 

 

연못이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10여미터 남짓한 폭포와 에머랄드빛 연못, 병풍처럼 둘러선 기묘한 모양의 절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깊은 산속도 아닌 이런 곳에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화면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좀 아담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계곡을 따라 한탄강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 또한 충분히 아름다웠다. 

 

2012년에 한탄강댐이 완공되면 이 아름다운 곳이 장마철에는 잠기게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쩌면 이 절경을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동영상으로 담아 보았다. 

 

비둘기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둘기낭으로부터 물이 흘러오는 모습과 한탄강에 합류하여 흘러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이렇게 보니 한탄강도 꽤 운치 있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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