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울릉도 성인봉

늘푸르른나 2010. 9. 18. 17:15

도동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KBS 중계소로 향했다. 도동항에서부터 도보로 이동하여 성인봉에 오를 수도 있으나 비탈진 도로를 오르다가 지쳐버릴 수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KBS 중계소까지는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근데 이동 중간에 택시 기사 아저씨가 안평전 코스로 성인봉에 오르는 것이 훨씬 시간이 단축된다면서 안평전까지 가라고 자꾸 꼬득였다. 안평전에서 출발하는 것과 KBS 중계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마치 굉장히 큰 거리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강력하게 얘기를 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100% 넘어갔을지도 모른다(실제로는 채 20분의 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는 반면에 택시비는 2만원으로 KBS 중계소(1만원)에 비해 2배 비쌈). 하지만, 우리는 이미 현지 가이드로부터 주의사항(택시를 타고 KBS 중계소 가자고 하면 안평전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권유할텐데 절대로 넘어가지 말 것)을 들었던 터라 원래 계획대로 KBS 중계소 앞에서 내려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로는 나무로 그늘져 너무나 선선했고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산길이어서 '성인봉 등반 참 쉽네'라는 생각을 했다.  

 

전체 3.9Km의 코스 중 1Km 정도를 이동하니 다음과 같이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나고...

 

첫번째 갈림길을 지나 5분 정도 이동하니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구름다리를 지나서도 완만한 산길이 계속되었다. '성인봉 오르기 너무 쉬운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번째 갈림길이 나타났다. 성인봉을 가리키는 이정표 방향의 길은 1시 방향의 완만한 길인데 우리는 9시 방향의 오르막 계단길로 올랐다. 사실 두 길은 모두 성인봉으로 가는 길이며 팔각정 앞에서 만나게 된다. 오르막 계단길은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고 완만한 길은 좀 편하게 갈 수 있는 반면에 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다.   

 

이정표는 이렇게 완만한 길을 가리키고 있으나 이를 무시하고...

 

이렇게 생긴 오르막 계단길을 올라... 

 

팔각정에 도착했다.

 

팔각정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는 더없이 푸르기만 했다.  

 

팔각정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앞에서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했을 때) 양쪽으로 고사리가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었다. 

 

팔각정에서 성인봉까지 남은 거리는 1.3Km... 얼마 남지 않았다. 

 

팔각정 위쪽으로 이렇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니... 

 

안평전으로부터 시작된 길과 만나게 되고... 

 

허걱, 길은 제대로 된 계단길로 이어졌다. 

 

힘들게 계단길을 올라섰으나 아직도 성인봉은 900m나 남아 있었다.

 

KBS 중계소부터 팔각정까지의 2.6Km보다 팔각정부터 성인봉까지의 1.3Km가 훨씬 힘든 길임을 뼈저리게 느끼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계속 오르니...

 

드디어 성인봉 초입에 도착했다. 

 

나리분지에서 올라오는 길도 성인봉 초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길을 한번 살펴보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성인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에 들어서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너머에 있을 성인봉이 신비스럽게만 느껴졌다. 

 

드디어 눈 앞에 보부도 당당하게 나타난 성인봉... 표지석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산신령을 만난 것처럼...

 

표지석 뒷편에는 성인봉의 높이인 해발(海拔) 984m가 새겨져 있었다. 

 

성인봉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모습은 하늘빛인지 물빛인지 구분되지 않는 푸르름과 어울려 눈부셨다.

 

성인봉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대원사 코스를 따라 이동했다. 도동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다가 KBS 중계소에서 올라왔을 때 처음으로 만났던 다음의 갈림길에서 도동 방향의 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렇게 생긴 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다음과 같이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달했다. 

 

등산로 입구부터 도동항까지는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서 걸어 내려가야 했는데 45도가 넘는 급경사 길이어서 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가이드 말마따나 숙소에서부터 걸어서 성인봉에 오르려고 했으면 등산로 입구에서 지쳐 포기할 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시간만에 성인봉 등반을 마쳤는데 그 높이(984m)에 비해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니었으며 꼭 가 봐야 하는 산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