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울릉도(도동,통구미,태하,추산,나리분지)

늘푸르른나 2010. 9. 18. 14:13

오징어와 호박엿으로 유명한 울릉도, 국내의 내놓라 하는 관광지를 빠짐없이 다녀 봤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아직 밟아 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었다. 울릉도를 여행하기로 마음먹고 이것저것 알아본 결과 패키지 여행이나 개별 자유여행이나 비용상의 큰 차이는 없다는 것과 울릉도 내에서의 교통편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키지 상품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가이드가 계속 인솔해서 다니는 형태가 아니라 숙소, 교통편 등만을 예약해 주고 가이드는 여행 안내만을 해주는 형태여서 패키지 상품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2박 3일 일정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파랑새 여행사의 묵호 출발 상품이었는데 서울-묵호간 교통편이 포함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9월 13일 새벽, 아직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시간에 집을 나서 택시를 잡아 타고 관광버스 출발 지점인 잠실역에 도착했다. 05시 10분에 잠실역을 출발한 버스는 08시 30분쯤에 묵호항에 도착했다. 처음 와 본 묵호항은 현대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80년대 지방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같은 허름하고 아담한 모습이었다. 

 

묵호-울릉도간에는 씨플라워호와 오션플라워호의 2대의 페리가 운항되고 있는데 부두에 정박해 있는 배를 보니 씨플라워호가 더 크고 좋아 보였다. 

 

페리 출발시간인 10시가 다되어 배에 승선했는데 크기가 좀 작은 오션플라워호였다. 선내에는 LCD TV도 있었고 생각보다 깨끗한 편이었다. 월요일이어서 그런지 배가 출발할 때까지 좌석의 반 이상은 비어 있었다.

 

배가 출발했다. 배가 근해를 벗어나자마자 높은 파도에 배가 심하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만 보아 왔던 2~3미터의 너울성 파도를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었다. 배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위아래로 오르내렸고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2시간 30분을 가야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는데 남은 시간이 끔찍했다. 평소 멀미를 하는 체질이 아니었기에 멀미약을 먹지 않았었는데 살짝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머리가 살살 아파 오는 것이 죽을 맛이었다. 혹시나 해서 멀미용 봉투를 챙겨 뒀는데 다행히도 나는 사용할 일이 없었다. 뒷좌석에 앉은 처자는 여러 차례에 나눠서 구토를 하는데 나중에는 마치 임신 헛구역질을 하는 것 같았다.

 

12시 30분쯤 드디어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울릉도에 도착하기까지 약 8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배에서 내리는데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누렇게 떠 있는 것이 초췌한 모습이었다. 도동항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배에서 내려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가이드 주변으로 나 말고 9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였는데 알고 보니 9명은 모두 일행이었다. 아뿔싸, 내가 예약했던 패키지 상품을 딱 두 팀이 구입했는데 그중 한 팀이 나였던 것이었다. 그분들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 같은 반이어서 친해진 학부모들의 모임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모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참 보기 좋은 모습들이었다. 졸지에 나는 청일점으로 9명의 이모님들과 함께 2박 3일의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9명의 삼촌들과 함께 보내게 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숙소인 도동모텔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울릉도 모텔은 이름만 모텔이지 여인숙 정도의 시설이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모텔이 1층은 식당으로 되어 있으며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5000원에 식사(백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패키지 상품에 포함되어 있었던 식사는 모두 숙소인 모텔에서 제공되는 식사였는데 먹을 곳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나처럼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나름 괜찮은 시스템인 것 같았다. 

 

2시부터 미니 버스를 타고 서쪽 방면으로 섬일주 육로 관광(일명 'A'코스)을 시작했다. 처음 들른 곳은 통구미 마을이었다. 통구미 마을에는 거북 바위가 유명한데 거북 모양의 암석이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듯한 모습에서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과 같다 하여 통구미('거북 구'자를 사용하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아래의 거북 바위의 모습을 보면 정말로 바위 위를 기어 오르고 있는 듯한 거북이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통구미 마을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기암절벽의 곳곳에 향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울릉도의 五多(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 중 하나인 향나무는 그 품질이 뛰어나 나라에 진상되는 품목이었다고 한다. 울릉도는 물이 풍부해서 바위 곳곳에서도 물이 새어 나오고 바위가 물을 머금고 있어서 흙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위에서 향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울릉도에는 도둑, 공해, 뱀이 없다고 하는데 뱀이 향나무가 자라는 곳에서는 살지 못하기 때문에 울릉도에 뱀이 없는 것이라 한다.

 

태하마을에 도착했다. 태하마을에는 큰 황토굴이 있는데 황토의 질이 좋아 나라에 진상되었다고 한다. 황토가 많아서 황토구미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아래의 사진처럼 큰 바위 아래 부분에 황토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했다. 

 

황토굴 옆에 세워진 소라 모양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해안 절벽을 따라서 산책로가 나 있었다. 저 길의 모퉁이를 돌아서면 무엇이 있을까? 

 

모퉁이를 돌아서자 가슴을 뻥 뚫어 주는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실제 눈으로 봤을 때의 그 시원함이 사진에는 다 담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본 황토구미 마을 전경이다. 날이 화창했다면 좋았을 것을... 살짝 아쉬운 맘이 들었다. 

 

추산(송곳산) 자락에 위치한 성불사로 이동했다. 뾰족하게 솟은 송곳봉에 걸쳐있는 구름이 영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특히 바위 중간에 뚤려 있는 구멍들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성불사에서 내려다본 추산 앞바다의 모습... 

 

기가 막힌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추산일가' 펜션의 모습... 1박2일 울릉도편 촬영시 멤버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나도 다음에 울릉도에 다시 오게 되면 꼭 저기서 묵어 보리라...

 

울릉도 내의 유일한 평지라는 나리분지로 이동했다. 나리분지처럼 화산 분화구에 삶터를 가꾸고 사는 경우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고 한다. 나리분지의 모습은 오히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마을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런 모습이 울릉도에서는 오히려 이색적이라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한 식당에 들어가 '씨껍데기' 술과 '삼나물회'를 맛보았는데 그 맛이 정말 오묘했다. '씨껍데기' 술은 일종의 동동주였는데 떫은 맛이 없고 굉장히 부드러웠으며 '삼나물회'는 나물을 초고추장에 무친 것이었는데 마치 소고기를 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맛이 있었다. 삼나물은 잎이 산삼처럼 생겨서 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실제로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하니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나물이 아닐 수 없다. 먹는 데 정신이 팔려 미처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리분지를 마지막으로 섬일주 육로 관광 A코스가 끝났다. 왔던 길을 되짚어 도동항으로 돌아가면서 좀더 여유있고 꼼꼼하게 둘러 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울릉도에 다시 오게 되면 렌터카를 이용하여 천천히 다시 둘러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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