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내 차를 가지고 떠나는 6박 7일간 제주도 여행

늘푸르른나 2010. 10. 25. 12:43

장흥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내 차를 싣고 제주도에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으며 그 비용도 저렴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후 특별한 제주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오래 전에 두 차례 제주도 여행을 했었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둘러봤던지라 이번에는 빠짐없이 둘러보려는 생각에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6박 7일간의 넉넉한 일정을 잡게 되었다. 한라산 백록담 등반, 마라도 방문, 올레길 걷기는 반드시 하겠다는 계획만을 세우고 숙소 예약도 없이 시작된 6박 7일간의 제주도 여행 일정을 정리해 본다.

 

[첫째날 - 오렌지 페리 타고 제주로]

서울에서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장흥 노력항으로 이동했다. 장흥 노력항에서는 2010년 7월부터 장흥과 제주도 성산포간을 2시간 만에 주파하는 오렌지 페리가 하루에 두 차례(08:30, 15:00) 운항되고 있는데 차량을 선적하는 데 48,000원(승용차 기준)의 요금을 받고 있으며, 승객 1인당 31,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차량을 선적하려면 예매가 필수인데 장흥 해운 홈페이지(http://www.jhferry.com/main/main.asp)에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며 최소한 2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장흥 노력항의 주소는 전남 장흥군 회진면 덕산리 산238번지이며 억새풀로 유명한 천관산을 지나는 국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도착할 수 있다. 길 곳곳에 노력항으로의 진행방향을 알리는 안내표지가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 갈 수 있다.

 

탑승 수속을 위해 페리 출발 1시간 전인 14:00에 노력항에 도착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여객선 터미널의 외관은 깔끔했다.  

  

승선을 기다리며 두 줄로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들의 모습이다. 나도 줄의 뒷편에 내 차를 세워 놓고 발권을 위해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터미널 내부의 발권 창구의 모습. 창구에 미리 인쇄한 예매 확인증을 제시하면 차량용과 승객용 승선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차량용과 승객용으로 승선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접안하기 위해 부두로 들어서는 오렌지 페리. 차량을 싣고 내리기 위해서 후미를 부두에 접안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T자 주차 방식으로 후진을 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T자 주차에 성공한 후 차가 내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배가 꽤 큰데 그 길이가 71m나 되며 차량 70대와 승객 564명을 실을 수 있는 규모다.

 

출발 시간 30분 전쯤에 먼저 차량의 승선이 시작됐다. 운전자만 차에 승차하여 승선 직전에 경찰에 의해 트렁크 등을 검사받고 선원의 지시에 따라 승선 작업이 진행된다. 그런데 좀 불편한 것이 차량을 배에 실은 다음에 운전자는 배에서 일단 내렸다가 다시 승객으로서 승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승선권이 차량용과 승객용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밴쿠버 아일랜드(빅토리아 항과 부차드 가든으로 유명한 섬)에 들어갈 때 차량을 가지고 배를 탈 수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처럼 생긴 창구에서 요금을 지불하면서 차량 검사를 받고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곧바로 배에 승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감탄했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었다.

 

배 내부는 널찍하고 깔끔했다. 전면에는 TV가 설치되어 있어 운항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으며 배의 중간부에는 매점도 운영되고 있었다.  

 

페리는 출발 후 30여분 정도까지는 곳곳에 설치된 양식장들 때문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양식장 구역을 벗어나서야 시원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 객실의 창문에는 튀어 오른 바닷물이 부딪쳐 흘러내려 마치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1박2일 촬영지로 유명해진 청산도와 여서도를 지나 두 시간 만에 제주도 성상포항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5시였다.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쉬기로 했다. 한화리조트가 성판악 휴게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는 했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워 그냥 제주 시내의 모텔(요금 30,000원)에 숙소를 정했다(제주 시내에서 성판악 휴게소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내일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였다.

 

[둘째날 - 한라산 백록담과 산굼부리] 

아침에 좀 부지런을 떨어 성판악 휴게소에 7시 50분에 도착했다. 오늘 한라산 등반은 성판악 코스로 올라가서 관음사 코스로 내려올 예정이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아침으로 우거지 해장국을 뚝딱 해치우고 정각 8시에 한라산 등반을 시작했다. 9.6Km의 성판악 코스를 쉬지 않고 올랐더니 2시간 40분 만에 한라산 정상(1950m)인 백록담에 도착했다. 그동안 열심히 자전거를 타면서 단련된 하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약 50분 정도 정상에 머물다가 관음사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관음사 코스는 8.7Km의 길이로 성판악 코스에 비해서는 짧지만 훨씬 험한 코스였다.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면서 내려가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등산화를 신지 않아서 인지(아니면 나이를 먹어서 인지) 무릎이 아파 애를 먹어야만 했다. 올라갈 때보다 힘들게 내려간 결과 3시간 30분 만에 관음사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으며 시간은 오후 3시였다.

 

관음사 휴게소에서 택시를 타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성판악 휴게소로 이동했다. 관음사 휴게소에서 성판악 휴게소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요금은 15,000원이었다. 다리는 아프고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한라산에서 가까운 곳 중에 산굼부리라는 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산굼부리는 깊이가 약 100m 정도되는 큰 분화구였는데 입장료 3,000원(성인 기준)을 내고 입장해야 했다. 높은 전망대 같은 곳에서 분화구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해 놨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하여 분화구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숲과 산굼부리 주변에 흐드러지게 늘어선 억새풀만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산굼부리에서 나와 마라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모슬포항으로 이동했다. 이동 거리가 꽤 되어 모슬포항에 도착하니 날이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마라도 정기 여객선 대합실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모텔을 숙소로 잡았다.

 

[셋째날 - 마라도, 그리고 용머리 해안에서 곽지 해수욕장까지]

마라도행 배를 타기 위해 9시경 마라도 정기 여객선 대합실에 도착했다. 10시에 출발하는 여객선의 승선권을 구매(왕복 요금 14,000원 + 마라도 입장권 1,500원)하여 배에 올랐다. 마라도까지는 25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는데 파도가 심하여 배가 많이 출렁거렸다.

 

마라도에 발을 디뎠는데 생각보다는 커서 섬 둘레를 따라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주민수가 8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섬이지만 성당, 교회, 절이 모두 있는 것이 신기했다. 섬이 평평하다 보니 태풍같은 바람이 끊임없이 부는데 카메라를 잡은 손이 심하게 흔들려서 사진 찍는 것도 힘들었다. 광고 때문에 유명해져서 그런지 선착장 근처에 해물짜장면 집이 3~4군데 있었는데 아쉽게도 배 시간 때문에 직접 먹어 보지는 못했다. 

 

11시 30분에 마라도를 출발하는 배를 타고 모슬포항으로 돌아왔다. 뒤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제주도를 시계 방향으로 일주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용머리 해안을 정하고 그 곳으로 이동했다. 용머리 해안에서 보이는 산방산의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그리고 용머리 해안의 모습은 예상하지 못한 장관이었다. 

  

용머리 해안에서 시작하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저 멀리 형제섬을 보게 되었고...  

 

송악산에 이르렀다. 

 

송악산 근처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펜션 '불란지'가 그림처럼 서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서 그런지 펜션 입구에는 줄이 쳐져 있고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걸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펜션의 앞마당까지 들어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시계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수월봉 근처에서는 절벽 바로 옆에 나 있는 좁은 해안도로를 만나기도 했는데 강릉에 있는 헌화로를 달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차귀도를 지나고... 

 

해안도로변에 풍력 발전기들이 늘어선 지역을 지나게 되었는데 풍력 발전기 조차도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달려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제주도 주변 바다는 현무암의 영향으로 거의 대부분 검은빛을 띠는데 협재 해수욕장의 물빛은 에머랄드 빛 그 자체였다.

 

협재 해수욕장으로부터 30여분을 해안도로를 따라 더 달려 곽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에머랄드 빛 바다와 넓은 백사장을 볼 수 있었는데 피서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약간의 황량감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협재 해수욕장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협재 해수욕장에서 묵어 가기로 하고 해수욕장에 바로 접해 있는 '제주해조대'라는 펜션을 숙소로 잡았다. 2층 객실 옆쪽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비양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조용한 밤에 테라스에 설치된 탁자에 앉아 갈치 잡이 배들의 불빛을 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은 여행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넷째날 - 다락쉼터에서 성산 일출봉까지]

애월리에서 시작하는 해안도로로 접어드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락쉼터를 만나게 되었다. 기암절벽과 유달리 알록달록한 풀들이 아기자기한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이렇게 운치 있는 곳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락쉼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쯤 가니 구엄리 돌염전이 나타났다. 이곳 해안가의 바위는 평평하고 넓은 것이 특징이었는데 넓은 바위 위에 흙으로 벌집처럼 두렁을 만들어 천연 염전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구엄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UFO 모양의 펜션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기발함에 잠시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해안도로를 계속 달린 끝에 제주 국제공항 근처에 위치한 용두암에 도착했다. 정말 바위의 모습이 용의 머리와 너무나 닮아 있었는데 입에서 금방이라도 불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유명한 곳이고 공항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제주도 북부에 위치한 함덕 해수욕장에 들렀다. 백사장이 크지 않은 아담한 해수욕장이었는데 물빛만은 에머랄드 빛이었다. 바닷가에 서 있는 레스토랑이 인상적이었다. 

 

해안도로 일주를 잠시 멈추고 머지 않은 곳에 있는 태왕사신기 촬영지(파크 써던랜드)를 방문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는데 비싼 입장료(8,000원)에 비해서 그렇게 볼거리가 많지 않아서 1시간 만에 관람을 모두 마쳤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좀더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태왕사신기 촬영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만장굴로 이동했다. 한라산, 성산일출봉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만큼 큰 기대를 안고 둘러 보았다. 만장굴은 전체 7.4Km의 길이 중 1Km 정도의 구간만이 공개되어 둘러볼 수 있었는데 왕복하는 데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환선굴과 같은 석회암 동굴처럼 신기한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용암동굴이라는 점과 그 규모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 볼 수 있었다.

 

다시 김녕 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해안도로를 타고 성산 일출봉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성산 일출봉에 거의 다 왔을 즈음 해안가에 조성되어 있는 쉼터가 눈에 띄었다. 종달 고망난돌 쉼터였는데 이곳도 숨겨진 비경이었다. 곳곳에 쉬어 갈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피크닉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저물어 성산 일충봉 근처의 모텔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비가 와서 불편했기 때문에 내일은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꿈꾸며 하루를 마감했다.

 

[다섯째날 - 광치기 해변에서 중문 주상절리대까지]

오늘은 아침부터 비 내린 후의 화창함을 맘껏 뽐내는 날씨였다.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의 나머지 부분인 성산 일출봉 ~ 중문 관광단지까지 진행할 예정인데 파아란 하늘이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설레임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들른 곳은 광치기 해변이었는데 올레길 1코스의 종착지이자 올레길 2코스의 출발지인 곳이었다.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섭지코지. 드라마를 보지 못했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찾아 갔던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본 소감은 완전 대박... 등대까지 해안을 따라 잘 만들어져 있는 산책로를 걷는 느낌도 너무 좋았고 전체적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기회가 된다면 섭지코지에서 며칠 묵으며 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섭지코지에 지어진 휘닉스 아일랜드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표선리에 위치한 해비치 해변으로 이동했다. 얕은 바닷물과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따스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해변이었다. 해변을 따라서 십이지 상이 세워져 있는 것이 독특했다. 

 

해비치 해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해비치 리조트도 너무 좋아 보였다. 

 

다음에 들른 곳은 남원 큰엉 해안 경승지였다. 금호 리조트와 신영 제주 영화박물관에 걸쳐 해안가를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경관이 정말 장관이었다. 이곳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던 곳이었는데 그런 나를 무색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던 금호 리조트가 다시 보였다. 

 

이번에는 광광지도 상에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는 쇠소깍에 도착했다. 제주도 최남단 하천이라는 효돈천 끝에 자리잡은 쇠소깍은 마을 이름 효돈의 옛 표현인 쇠돈의 쇠와 연못이라는 의미의 소, 끝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각의 옛말인 깍이 합쳐진 제주도 방언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에머랄드 빛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암벽과 나무가 함께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쇠소깍에서 줄을 당겨서 이동하는 배인 테우와 투명 카약을 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남원 포구에서 시작하여 큰엉 산책로를 거쳐 쇠소깍까지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 올레 5코스였는데 참 아름다운 올레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32번 순환도로를 타고 중문으로 이동하다가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게 되었다. 잠시 신호에 걸린 틈을 타 재빠르게 카메라에 담아 봤다. 아름다운 제주도와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중문 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주상절리대에 도착했다. 입장료 2,000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나 장관이었는데 주상절리 현상의 완결판을 보여 주는 듯했다. 두 번이나 제주도에 왔었고 그때마다 중문에 머물렀었는데 이곳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어이없었다. 정말 그동안 제주도를 띄엄띄엄 둘러 보았던 듯 하다.

 

내일 아침 일찍 올레길 7코스를 걷기 위해 7코스의 출발지인 외돌개로 이동했다. 해질녘의 외돌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가면서 올레 코스를 미리 점검해 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근처의 숙박 업소에서 빈 방을 찾을 수 없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뜬금없이 '토요일은 밤이 좋아'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할 수 없이 그나마 외돌개에서 가까운 천지연 폭포로 이동해서야 묵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올레길을 걸어 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였다.

 

[여섯째날 - 천지연 폭포, 그리고 외돌개에서 월평마을까지(올레 7코스) 걸어 보기]

올레길을 걷기 전에 숙소에서 가까운 천지연 폭포에 잠깐 들렀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병풍처럼 떨어지는 폭포에 비추어 영롱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전에도 와 본 적이 있었지만 아침에 보는 폭포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올레 7코스의 출발지인 외돌개에 도착하여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다에 외로이 서있는 바위라는 의미를 가진 외돌개는 주변의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외돌개 해안을 따라서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 있는 산책로는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나무 데크 산책로는 해안가에 늘어선 바위를 따라 걷는 길로 이어졌는데 그 아름다운 경관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왜 올레 코스 중 7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인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해안을 따라 나 있는 길을 계속 걸었더니 바다로 흘러 드는 강정천의 시원함과 만나게 됐다. 수심이 깊지 않은 작은 하천이었지만 징검다리처럼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낸 작은 바위들이 잔잔한 물결과 어울려 그 운치를 뽐내고 있었다.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 16.4Km의 올레 7코스는 5시간을 걸은 끝에 월평마을의 한 허름한 슈퍼에서 끝이 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감이 없지 않았으나 꼭 걸어 볼 만한 길이라는 것을 오감으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올레 7코스의 종착지에서 콜 택시를 호출하여 타고 차를 주차해 둔 외돌개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7,000원이었다. 내일 12시 배편으로 제주도를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성산 일출봉으로 이동하여 숙소를 잡았다. 내일 새벽에 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일곱째날 - 성산 일출봉에서 아침을 맞고 다시 서울로]

해 뜨는 시각에 늦지 않기 위해 5시 30분쯤 일출봉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채 20분도 안 되어 정상에 도착했다. 예정 일출시간이 6시 30분경이었는데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 보다. 해가 뜨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모기들의 습격에 당하고 말았다. 10월에 모기라니 참 어이가 없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일출을 못 보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서광이 비친 구름의 모습은 더 없이 신비롭게 보였다. 

 

드디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빨간 불덩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해 뜨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비스럽다는 생각과 일출을 보게 되었다는 기쁨이 교차했다. 일출봉에서 일출까지 봤으니 이번 여행길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12시에 장흥으로 떠나는 오렌지 페리를 타기 위해 11시경 성산포항에 도착했다. 조금은 낡은 듯했지만 각 지지 않고 둥글둥글한 것이 푸근한 제주도를 닮아 있었다. 

 

비좁은 터미널 내부는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거렸다. 개찰구가 외국인과 내국인용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과 개찰구 안쪽에 면세품 인도장이 있는 것이 좀 색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공항 출국장과 같은 모습에 '내가 이제 탐라국을 떠나는구나'하는 실감이 들었다. 

  

장흥 노력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차량을 먼저 배에 싣고 운전자는 배에서 내렸다가 터미널 내의 개찰구를 통해 배에 승선하도록 되어 있었다.

 

오렌지 페리에 오른지 2시간 만에 장흥 노력항에 도착했다. 차를 몰고 배에서 내려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5시간이 경과하여 서울에 도착했을 땐 벌써 어둠이 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