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한라산 종주(성판악~백록담~관음사)

늘푸르른나 2010. 10. 26. 10:35

오래 전 아무 코스로 올라도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무턱대고 한라산에 올랐다가 윗세오름까지만 가 보고 눈물을 삼키며 발길을 돌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 올랐던 코스가 영실코스였는데 코스 자체는 볼거리가 많고 그다지 힘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에는 반드시 백록담을 가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끝에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만이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코스라는 것과 관음사 코스가 성판악 코스에 비해서 힘든 코스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성판악 코스로 올랐다가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 길을 공략 코스로 정하게 되었다. 전체 9.6Km의 성판악 코스 중 약 2/3 지점에 위치한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 30분 전에 통과해야만 백록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서두른 끝에 7시 50분에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아침으로 우거지 해장국을 먹고 8시에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성판악 코스의 시작점이다. 휴게소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했을 경우에는 1,800원의 주차비를 등반로 입구에 지불해야 한다. 나는 휴게소 앞의 주차장에 공간이 없어서 그냥 도로의 갓길에 주차를 했기 때문에 주차비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나무 그늘 사이로 완만한 등반로가 계속 이어진다. 등반로보다는 산책로라 불러야 할 듯... 

 

 

 

 

 

 

 

 

 

 

 

 

어렵지 않게 금세 2.6Km나 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1,000미터 지점이라니... 울릉도 성인봉 정상이 984미터인 것을 생각해 보면 너무 날로 먹은 느낌이 든다.

 

 

등반로를 따라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울릉도에서 많이 보던 것인데 제주에서도 보게 되니 그저 신기하다.

 

 

친절하게도 백록담 등반을 위해서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12:30)을 알리는 표지판이 중간 중간에 서 있다.

 

 

모노레일도 계속 이어지고... 

 

 

 

 

 

 

 

 

해발 1,200미터 지점까지도 가파른 오르막길은 보이지 않는다.

 

 

 

 

 

해발 1,300미터를 넘어서니 이제야 길이 조금 가팔라진다. 

 

이제 0.7Km만 가면 진달래밭 대피소... 

 

 

 

 

 

 

 

 

 

드디어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2.3Km의 거리이다. 하지만, 이 코스가 지금까지 올라온 코스에 비해서 훨씬 힘들다. 그래서 다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영양을 보충하느라 분주하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12시 30분이 지나면 이 길을 오를 수 없다. 시간이 경과하여 여기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본 진달래밭 대피소... 

 

해발 1,500미터 지점에서 발견한, 앵두같은 열매가 마치 빨간 꽃이 핀 것처럼 매달려 있는 나무... 

 

이제는 편한 길은 없다... 

 

 

 

 

 

 

 

 

 

 

 

이제 백록담까지 남은 거리는 1Km, 높이로는 250M... 

 

 

 

백록담으로 이어지는 계단길... 이제 고지가 바로 눈 앞에... 하지만 계단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올려다본다... 그런데 경사가 갈수록 가팔라진다... 

 

 

 

 

 

 

 

 

 

 

드디어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런 걸까... 

 

한라산 정상(1950M)에 도착... 하늘과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지 하늘이 더욱 푸르러 보였다.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바람 한점 없는 것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백록담의 모습... 아쉽게도 물은 고여있지 않았다. 굉장히 넓어서 카메라의 앵글에 백록담 전체의 모습을 한번에 담을 수는 없었다. 

 

 

 

 백록담의 바닥에 남아 있는 물의 흔적...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백록담... 

 

동영상으로 담아 본 백록담... 

 

한라산 정상에 서식하고 있는 고산까마귀들... 얘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사는걸까...   

 

한라산 정상 아래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들... 

 

곳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등산객들... 나도 백록담을 바라보며 간단하게 영양 보충을 했다.

 

내가 올라왔던 길은 구름에 잠기고... 

 

내가 내려갈 길을 알려 주는 이정표... 정상에서부터 관음사 휴게소까지는 8.7Km의 거리이다. 

 

내려가기 싫은 마음을 뒤로하고 관음사로 가는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백록담 북벽의 모습... 관음사 코스로 백록담에 올라갈 때는 이 북벽을 보면서 걷게 된다.

 

한라산 정상 부근의 나무들은 강한 바람 때문인지 키가 작고 이파리가 대체적으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길이 가파르다 보니 얼마 내려가지 않았는데 벌써 1700미터 지점이다. 내려가길 망정이지 이 길을 올라왔다면 입에 거품을 물었을 수도... 

 

길은 좀 험해도 보기는 좋다. 산악인들이 꼽는 아름다운 등산코스라고 하더니 명불허전이다.

 

관음사 내려가는 길에 있는 헬기장...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 무릎이 살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자리의 모습... 2007년 태풍 '나리'가 왔을 때 한라산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백록담 북벽에서 흘러내린 암반과 함께 급류가 형성되어 이곳을 덮쳤고 30년 동안 건재했던 용진각 산장이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말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산장이었는데 아쉽게 됐다.  

 

 

 

 

 

 

 

 

 

 

 

 

 

 

용진각 현수교를 건너자 생뚱맞게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삼각추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삼각봉... 

 

삼각봉을 마주보고 있는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서는 잠시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나무로 무성하게 뒤덮인 산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 길이 그 길같고 눈에 띄는 수려한 장관이 없어서 내려가는 길이 조금은 힘들고 길게만 느껴졌다. 특히, 한라산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조릿대는 마치 호위라도 하듯이 길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 몸집이 좀 있는 분들은 지나가기 쉽지 않을 듯...

 

 

정말 많이 걸은 것 같은데 아직도 3.7Km나 남아 있다.

 

 

 

 

 

 

 

 

 

탐라계곡에 도달했다. 명색이 계곡인데도 불구하고 물이 귀한 제주도인 만큼 계곡에서 물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말라 버린 탐라계곡... 

 

 

쉼터의 벤치에 앉아 잠시 다리 좀 쉬어 주고 마지막 힘을 다해 남은 길을 재촉했다. 

 

 

 

 

1940년경 만들어졌다는 숯가마터... 한라산의 참나무를 이용하여 참숯을 구워내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얼음을 저장하는 데 사용했던 천연 동굴의 모습... 구린굴이라고 불리는데 총길이가 442미터나 된다고 한다.

 

현무암에 이끼가 끼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제 900미터밖에 안 남았다.

 

 

 

 

드디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관음사 코스 등산로 입구의 모습...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성판악 코스의 입구와는 달리 굉장히 한적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판악 코스로 올라왔다가 다시 성판악 코스로 내려가기 때문인 듯했다.

 

한라산 안내도를 보면 관음사 코스가 얼마나 힘든 코스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래의 사진에서 가운데 표시된 등산로가 관음사 코스인데 가파른 능선을 따라 길이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9.6Km의 성판악 코스를 오르는 데 2시간 40분이 걸렸고 8.7Km의 관음사 코스를 내려가는 데 3시간 30분이 걸렸다. 정상에서 50분 정도 머물러 한라산 등반에 총 7시간이 소요되었다. 좀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 힘든 것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제주도에 오게 되면 다시 한라산에 올라야 겠다. 그때는 물이 가득찬 백록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