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얻는 지혜

인간의 성행위

늘푸르른나 2011. 2. 21. 17:38
  아주 오랜 옛날, 인간의 암컷들이 네 발로 움직이던 시절에, 수컷들은 암컷들이 성욕을 느끼며 달떠 있는 때를 알 수 있었다. 암컷들의 엉덩이가 부풀어 오르면서 붉은빛을 띠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초의 인간들이 직립 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암컷의 생식기가 감춰지게 되었다. 수컷들은 더 이상 암컷의 엉덩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젖가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하여 유방이 성적 매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암컷의 생식기를 더 이상 직접 관찰할 수 없게 되자, 최초의 인간 수컷들은 암컷들이 <생리적으로> 결합의 욕구를 느끼는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수컷들에게는 아무 때나 교접을 요구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암컷은 배란이 절정에 달하는 때에만 억제할 수 없는 욕구를 느꼈으리라.

 

  직립 자세는 암컷의 행동뿐만 아니라 수컷의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 네 발로 움직이던 때에는 배의 그늘에 욕망의 현실을 감출 수 있었다. 그런데 직립 자세를 취하고 보니, 수컷의 욕구가 <확인 가능한 것>이 되어 버렸다.

 

  최초의 인간 공동체는 저마다 성적 욕망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발명된 것이 생식기 가리개였다. 그러니까 최초의 옷은 추위나 비를 막기 위한 것이기 이전에 생식기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또 근친상간과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교접(예컨대, 우두머리의 암컷을 가로채는 행위 같은 것)을 금지할 목적으로 그 최초의 공동체 내에 법률도 만들어졌다. 한편, 언어는 사회적 관계들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고, 저마다 자기의 의도를 해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아마 이 무렵에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내 앞가리개 때문에 거시기가 보이지는 않겠지만, 난 지금 너에 대해서 대단히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어>라는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표현은 그 뒤로 의미가 약간 변질되었다.

 

  인간의 수컷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인 흥분을 한차례에 30초 정도밖에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컷은 억지로 흥분을 더 오랫동안 지속시킴으로써 자기의 의지만으로 일종의 병리학을 발전시켰다. 그리하여 인간이 진화해 가면 갈수록 <자연에 반(反)하는> 그 행동을 더욱 잘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인간 암컷의 오르가슴 역시 다른 동물들의 경우보다 훨씬 더 강력한데, 이 오르가슴도 십중팔구는 직립 보행에 따른 적응의 일환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관계가 끝나고 나면 암컷은 현기증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에 곧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자들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난자를 향해서 더 쉽게 헤엄을 칠 수 있다(만일 암컷이 관계가 끝나자마자 일어난다면, 가련한 정자들은 중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중에서

'책에서 얻는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페르노(Inferno)  (0) 2013.09.13
보상보다 손실이 더 커 보인다  (0) 2011.02.25
클럽 헤드 스피드 향상법  (0) 2011.02.21
눈먼 자들의 도시  (0) 2011.02.10
큐잉 이론(Queueing Theory)  (0) 201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