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얻는 지혜

보상보다 손실이 더 커 보인다

늘푸르른나 2011. 2. 25. 17:25
  스페인산 와인과 불가리아산 와인 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이에 대한 답은 어떤 포도밭에서 생산된 것인지, 포도 품종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와인이 더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이 처음에 어떤 와인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두 명이 레이덴대학교 학생들에게 스페인산 와인 토레 델 아르코와 불가리아산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무작위로 나눠준 후 와인을 서로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와인은 무작위로 제공된 것이므로 불가리아 와인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불가리아 와인에 대해 스페인 와인을 받은 학생들과 똑같은 선호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이미 소유한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불가리아 와인을 받은 학생들이 불가리아 와인이 더 맛있다고 응답한 확률은 스페인산 와인을 받은 학생들이 불가리아산 와인이 더 맛있다고 응답한 확률의 두 배에 달했다. 우연히 스페인 와인을 받은 학생들이 스페인 와인이 더 맛있다고 응답한 확률 역시 불가리아산 와인을 받은 학생들이 스페인산 와인이 더 맛있다고 응답한 확률의 두 배였다.

 

  사람들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기를 매우 꺼린다. 원숭이들도 마찬가지다. 약 2년 전에 내 친구 키스 첸(Keith Chen)은 꼬리 감는 원숭이 6마리를 대상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같은 가치를 지는 두 가지 모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를 실험했다. 우리 안에 들어간 원숭이들은 두 방향 중 한쪽을 선택해 먹이를 구할 수 있었다. 한편에는 사과 두 조각이, 반대편에는 사과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실험자는 원숭이가 사과 두 조각이 있는 곳으로 오면 50퍼센트의 확률로 두 조각을 모두 제공했다. 나머지 50퍼센트의 경우엔 두 조각 중 한 조각을 빼고 하나만 제공했다. 그리고 원숭이가 사과 한 조각이 있는 곳으로 오면 50퍼센트의 확률로 그 한 조각을 제공했고, 나머지 50퍼센트의 경우에는 임의로 하나에 하나를 더해 두 조각을 주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원숭이라면 사과 한 조각과 두 조각을 받을 확률이 50 대 50이므로 어느 방향으로 가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원숭이라면 단순히 처음에 먹이가 많이 놓여 있는 쪽으로 향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키스는 원숭이들 모두가 이 게임의 원리를 이해하게 된 후 한 조각을 잃을 확률이 있는 방향보다는 한 조각을 더 얻을 가능성이 있는 방향을 선호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합산 결과 원숭이가 처음에 사과 한 조각이 있는 쪽을 선택한 비율은 71퍼센트에 이르렀다. 처음에 받은 와인을 놓치기 싫어했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들도 먼저 받은 사과 조각을 잃고 싶어하지 않았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손실회피(Loss Aversion) 경향이라 부른다. 인간이 지닌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은 제프리가 채찍 계약의 유인 효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왜 현명한지를 말해준다.

 

  제프리가 충분한 보조금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는 몸무게 감량을 유도하는 데 30달러가 필요한지 아니면 300달러가 필요한지 실험해보았을 것이다. 전통경제학자의 이론으로 보면 30달러짜리 당근은 30달러짜리 채찍과 정확히 똑같은 유인 효과를 보여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성공했을 때 30달러의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교환심리에 관한 실험들은 유인 효과 면에서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크게 보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제로 손실은 이익보다 두 배나 더 커 보인다.

 

  코넬대학교에 재직할 당시 리처드 탈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과 함께 학생들에게 학교 로고가 들어간 머그잔을 나눠준 후 그 잔을 얼마에 판매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들이 말한 희망 판매가격은 평균 7달러가 약간 넘었다. 하지만 실험자들이 무작위로 선출된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나눠준 후 그 머그잔을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그들이 밝힌 평균 희망 구매가격은 3달러 50센트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사람들이 당근과 같은 크기의 즐거움을 보장받기보다는 채찍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두 배는 더 열심히 일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레드삭스 야구팀의 열렬한 팬이 금연하도록 두와주려면 (표가 없을 경우) 정기 입장권을 코앞에 들이밀고 유혹하는 것보다 (표가 있을 경우) 정기 입장권을 뺏겠다고 위협하는 편이 더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다른 면에서도 채찍은 당근보다 더 나은 방법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벌칙은 실패할 경우에 주어져야 하는 반면 보상은 성공했을 때 주어져야 한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유인으로서의 당근과 채찍의 상대적 비용에 큰 영향을 끼친다. 유인이 효과가 있을 경우 당근은 채찍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만약 롤런드 프라이어의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게 되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게 된다면 그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당근을 유인으로 사용하는 경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토록 긍정적인 유인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과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백만장자가 아니라면 당근을 유인으로 사용하는 것은 재정상 불가능하다. 반면 벌칙으로 위협하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내가 지난번에 걸었던 500달러는 고스란히 내 주머니로 돌아왔고, 이번 주에도 몸무게를 84킬로그램으로 유지하기 위해 또 다시 사용될 것이다.

 

  채찍 계약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더 많이 걸수록 예상 손실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달러를 걸면 10퍼센트의 금연 가능성이 있고, 200달러를 걸면 80퍼센트의 금연 가능성이 있는 흡연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거는 돈이 많아지면 반대로 그가 뺏길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45달러에서 40달러로 줄어든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위험보험금(Amount of Risk)의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든다면 돈을 더 많이 걸 때 손실액은 더 적어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듯 성공 확률이 '탄력적(Elastic)'이라면 돈을 많이 걸수록 돈이 절약되는 것이다. 그러나 판돈의 액수가 과하게 많아지면 성공확률은 비탄력적이 되며 약속에 드는 예상 비용은 올라간다. 나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매주 500달러를 걸지만 이 금액을 5,000달러로 올린다고 해서 손실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선 안 된다. 판돈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높은 예상 손실로 이어진다.

 

  요점은 선택의 여지를 없애는 약속 실천 채찍은 다른 여러 상황이 같을 경우 실패 확률을 줄여주기 때문에 단순한 유인보다 더 적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300달러짜리 약속보다 30달러짜리 약속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됐던 제프리의 첫번째 몸무게 감량 실험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 이언 에어즈의 '당근과 채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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